[김성회의 인문경영] “나쁜 일은 땡, 좋은 일은 큐”

입력 2017-12-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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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나쁜 일은 땡, 좋은 일은 큐”, 송년회에서 들은 인상적 건배사다. ‘땡큐’(Thank you), 좋은 일은 불러들이고, 나쁜 일은 마감하는 데 감사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나름의 해설이었다.

집에 돌아와 올해 감사한 일, 감사드릴 분들을 떠올려 보니 어려운 매듭이 풀린 것은 모두 내가 잘난 덕분이 아니라 남의 도움 덕분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넘긴 분, 위로부터 받기만 하고 아래로 베푼 게 부족해 ‘감사의 순환법칙’을 실행하지 못해 찔리는 일도 많았다. 처음엔 ‘무탈한 한 해였는데 감사할 일이 뭐 그리 있을까’ 하고 시작했다. 되새김질할수록 감사할 일과 감사 리스트, 감사 빚이 불어났다.

감사는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마음이다. 생각하면 감사하게 되고 감사하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감사할 거리가 없다는 것은 생각 부족과 동의어다. 생각 사(思)와 은혜 은(恩)은 한 계통이다. 恩은 인연(因)을 잊지 않는 마음(心)이다. 영어에서도 think와 thank는 한 뿌리다. ‘thank’는 ‘감사함을 전하다’라는 뜻의 고대 영어 ‘pancian’에서 비롯됐다. ‘pancian’의 어근인 ‘panc’는 ‘생각하다’라는 뜻을 지닌 ‘think’의 어원으로 ‘thank’와 같은 계통이다.

국어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말 ‘고맙다’의 어원 ‘고마’는 신(神), 신령(神靈)을 뜻한다. 즉 ‘고맙다’는 인간 이상의 존재에 대한 외경(畏敬)의 표현이다. 영어 thank, 한자 ‘은(恩)’, 우리말 ‘고맙습니다’ 모두 존경과 존중의 마음을 담고 있다.

감사는 이타적일 뿐 아니라 이기적 행위다. 캘리포니아 하트매스 연구소 연구진은 30명의 사람에게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마다 사랑과 감사에 집중하도록 주문했다. 한 달 뒤 이들의 노화방지 호르몬 수치는 100%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 수치는 20% 감소했다. 신뢰 제고 효과도 있다. 연구에 의하면 “감사 표시를 더 많이 한 사람일수록 파트너와 다음 관계를 맺을 확률이 높아졌다. 감사는 개인 간 관계 증진뿐 아니라 조직의 연대 강화, 성과 제고에도 기여한다. 신규 조직이라도 감사 표현을 나누면 연대감이 높아진다.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관리자일수록 부하 직원들이 더 참여적이고 생산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NBA 농구팀들을 살펴본 결과, 머리를 두들기거나, 힘차게 포옹하거나, 엉덩이나 가슴을 서로 부딪치는 등 신체를 이용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선수들이 팀 동료들로 하여금 경기를 더 잘하게 격려하고, 시즌당 2경기 이상 더 승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캠벨 수프의 전 CEO 더글러스 코넌트는 회사 내에서 서로 감사하는 문화를 강조했다. 10년 재임 기간에 매일 10통씩 감사편지를 써서 보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백세를 살아 보니 잘 산 삶의 증표는 박수갈채가 아니라 감사를 받는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감사를 받는 삶은 감사를 하는 삶과도 통한다. 얼마 전 일본의 원로 기업인 안자키 사토루(安崎曉) 전 고마쓰 사장이 암선고를 받고 ‘감사의 모임’이라는 생전 장례식을 주최했다고 한다. 친구와 전 직장 동료 및 직원 등 100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생전 인연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옛날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이긴 장군의 개선행진 때 행렬 뒤에서 노예가 큰 소리로 이 말을 외치게 했다.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란 뜻이다. 한 해의 의미를 되새기는 연말, ‘메멘토 모리’까진 아니라도 ‘감사를 기억하라’를 되뇌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이만큼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모두 인연을 통한 ‘감사의 축적’ 덕분 아니겠는가. ‘감사를 기억하라!’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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