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캐머런 전 총리가 일대일로 사업 추진을 위해 7억5000만 파운드(약 1조900억8000만 원) 규모의 펀드를 주도적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지난 16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2013년 처음 제시한 전략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작년에 중국이 주도해 출범시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일대일로 구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캐머런 총리의 일대일로 참여 사실을 밝히며 “캐머런 총리가 사모펀드 회장과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머런 전 총리의 대변인은 “캐머런 전 총리는 그가 재임했을 당시 영국과 중국의 관계가 발전한 것을 두고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영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서 일자리가 생겨나고 무역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해먼드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제9차 중·영 경제재정금융대화에서 마카이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회동했다. 해먼드 장관과 마 부총리는 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런던-상하이 증시 연계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양국은 14억 파운드에 달하는 무역·투자에 합의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를 준비하는 영국와 일대일로에 속도를 내고자 하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편 캐머런 전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결과의 책임을 지고 작년 7월 총리직을 사임했다. 사임하고 2개월 뒤에는 하원의원직도 포기했다. 캐머런은 현재 회고록을 쓰고 있으며 80만 파운드 상당의 출판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부터는 미국의 전자 결제 업체인 퍼스트데이터코퍼레이션의 이사회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그의 아내인 사만다 캐머런은 런던 다우닝가를 떠난 뒤 의류 브랜드 세핀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