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1조5000억 달러(약 1621조 원) 규모의 감세안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하원은 19일(현지시간) 감세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의 규칙에 어긋나는 몇 가지 조항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재표결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하원은 이날 찬성 227표, 반대 203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 전체가 반대표를 던졌고, 12명의 공화당 의원이 반대로 돌아섰음에도 통과에 무리가 없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크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감세안의 핵심은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줄어든 것이다.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28조 원)의 감세를 목표로 한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안이다.
감세안은 하원을 넘었지만 사소한 규정들이 상원 규칙과 들어맞지 않는다는 절차적 문제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하원에서 20일 재표결을 할 예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다만 이는 법안 통과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상원도 이날 법안 심의에 들어가 이날 밤이나 20일 오전 표결할 예정이다. 상원에서도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감세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원 표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포함한 공화당 의회 지도부를 향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라이언 의장은 개편안이 통과된 뒤 “미 의회가 수십 년 동안 처리한 법안 중 가장 중요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것은 중대한 변화 그 자체이며 미국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우리는 이 법안을 위해 2017년 한 해를 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표결에 앞서 공화당 내 회의에서 “우리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더 공정하면서도 간단한 세금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역사상 최악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안은 중산층을 약탈하는 법안”이라며 “공화당이 행하는 세금 사기는 역사상 최악의 정치 행위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감세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그동안 경제 정책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없었던 트럼프 정권이 처음으로 대형 선거공약을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산층보다 부유층이 수혜를 더 크게 볼 것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무당파 성향의 연구단체 세금정책센터(Tax Policy Center·TPC)에 따르면 내년 미국 가정의 80% 이상이 감세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5%는 실질적으로 내는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 상위 1% 가구는 내년에 평균적으로 5만1140달러의 감세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