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사람중심 경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바라며

입력 2017-12-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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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꼽았다. 기존 시장 경제가 이윤의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두는 반면, 사회적 경제는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사람 중심 경제’라고도 불리는 사회적 경제의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AP통신과 선키스트, 스페인의 유명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 등이 있다.

AP통신은 정부의 후원이나 상업적 방식이 아니라 미국 내 1400개 이상의 신문사, 잡지사, 방송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뉴스의 수집과 전송 등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각기 발행 부수의 비율에 따라 경비를 분담해 운영하고 있다.

선키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의 6000여 개 오렌지 생산 농가가 모여 농업 기업과 도매상들에 맞서서 만든 대표적인 생산자협동조합이다.

스페인의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도 1899년 팀 창단 초기부터 조합원을 모집해 조합원 수가 17만3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회비 150유로(약 21만 원)만 내면 전 세계 누구나 2년 동안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입장권 할인뿐만 아니라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받는다.

이처럼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사회적 경제는 일반 법인보다 취업유발 효과가 크고, 구성원이 전체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택시협동조합이 생겼는데, 소속 택시기사의 수입이 일반 택시회사의 1.7배에 이른다.

고용과 임금 쪽에만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안전망 강화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장애인이나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을 비롯해 국가가 수행해야 한다고 여겨지던 취약계층의 보건·문화·예술의 서비스까지 사회적 경제는 공급한다. 현재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작은 영화관이라고 불리는 지역 간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영화관이 있다. 21곳이 운영 중인데, 무려 108만 명이 이용했다.

이미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은 사회적 경제가 고용창출 등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경제주체로 우뚝 서 있다. EU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사회적 경제가 10%를 담당하고 있으며 고용비중도 평균 6.5%다. 10%를 상회하는 벨기에 같은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는 단기간에 빠른 양적 성장을 이뤘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 기업 고용 비중은 1.4%까지 올라갔으나, EU의 고용비중 6.5%에 비하면 22%에 그쳐 아직 미흡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로서 일자리 창출, 양극화 완화 및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적절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필자를 비롯해 27명의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이 계류돼 있다. 그러나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바른정당, 정의당이 공약하고 추진하기로 협약한 바 있다. 그러나 기본법 제정을 열망하는 현장의 바람과는 달리 국회 내에서 각 정당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매우 부끄러운 일로 남을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에 사회적 경제가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당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논의와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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