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370억인데 고발 검토도 못한 담합...공소시효 넘긴 ‘카르텔’ 수두룩

입력 2017-1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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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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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국내 완성차 핵심 부품 가격을 짬짜미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일본 회사에 과징금 372억여 원을 부과했다. 일본 덴소코퍼레이션과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현담산업 등 3개사는 2007년 8월~2009년 2월 연료펌프 입찰 과정에서 미리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가격 정보를 교환했다. 덴소와 덴소코리아는 미국계 델파이파워트레인과도 접촉해 가변 밸브 타이밍 가격을 미리 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대해 고발 검토조차 하지 못했다.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을 훌쩍 넘겨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가 끝났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카르텔 등 부당공동행위 사건은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

22일 공정위 의결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올해 12월 20일까지 최근 3년간 공정위가 처분을 내린 카르텔 사건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 고발이 불가능했던 사건 수는 총 14건에 이른다. '카르텔'이란 상호 간 경쟁을 피하고자 담합하는 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를 말한다.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검찰·조달청·감사원 등도 '의무고발제'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을 검토해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 공소시효가 끝나 사건을 전달받으면 불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5년 7건 △2016년 2건 △2017년 5건 등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자동차 베어링 제품 가격을 짬짜미했다는 이유로 일본정공과 제이텍트, 한국NSK, 셰플러코리아 등 4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0억3500만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역시 공소시효 만료로 고발 여부 검토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카르텔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사실상 의무라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은 부당공동행위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할 경우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격 담합과 같은 카르텔은 피해가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고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는 물론 기업과 국가까지 카르텔로 인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카르텔을 '중대한 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추세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등 카르텔을 형사처벌하는 나라의 경우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발 검토조차 못 하고 사건을 끝내는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고발하면 검찰에서는 사실상 수사를 처음부터 해야 한다"며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공정위가 제때 사건을 보내고 검찰이 수사하는 공조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 심의·의결 전부터 검찰과 정보 공유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종의 핫라인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아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사안의 경우 공정위 측 반대 논리인 기업 비밀 유지 명분이 크지 않고, 검찰의 증거수집 등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다만 "공정위는 기업 비밀 보장 의무가 있고 공정위가 판단하기 전에 검찰에 먼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카르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형소법상 공소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 회사에 대한 현장 조사나 관련자 조사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외국 기업들이 담합을 저지르고 국내 기업에 끼친 피해 등도 조사하기 까다로운 부분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분한 사건 관련 "개별 사건에 대해 다 확인할 수 없다"며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서 조사에 나서 고발이 어려웠던 사건도 일부 있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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