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원(64)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회장직을 잃게 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22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원(64)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김 회장은 직위 해제된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농협 관계자들은 일부 무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입후보 당선을 위해 각각 진영을 구성하고 계획을 갖춰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그 과정에서 과열 양상을 보였고 법규정을 무시한다 싶게 선거주체와 기간제한 규정을 광범위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범죄사실 중 87건은 유죄, 나머지 12건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이 사건 범행의 정점에 있고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모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회장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중앙선관위원회에 문의하는 등 나름대로 회피하기 위해 노력한 듯 보인다"며 "위탁선거법 규정을 어겼지만 금품 살포행위 등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농협 측이 지난해 9월 "위탁선거법이 과잉금지원칙, 명확성 원칙 등에 반한다"는 이유로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가 된 조항은 위탁선거법 제66조 제1호, 제24조 제1항과 제2항으로, 후보자 외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한 규정이다. 이를 어기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김 회장은 이날 선고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 나갔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최덕규(67)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등 농협 관계자들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데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조합장 등은 선거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해 결선 투표에 오르지 못하자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함께 '김병원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