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도 우울한 완구업계...바비인형도 스타워즈도 찬밥

입력 2017-12-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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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굴지의 완구업체들이 연중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맞았어도 표정이 밝지 않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의 올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초 신기술에 정통한 최고경영자(CEO)를 구글에서 영입했지만 부진 탈출은 요원하기만 하다. 올해 마텔 주가는 거의 45% 하락했다.

경쟁사 해즈브로는 그나마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와 너프, 마이 리틀 포니, 트랜스포머, 모노폴리 보드게임 덕에 매출과 순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해즈브로의 주가는 1년 전 찍은 최고치에서 20% 가까이 떨어졌고, 10월에는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 신청 여파로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이 완구업계에 어느 정도 파급을 일으킬지 아직도 섣불리 추정이 어렵다. 블록 완구업체 레고는 9월에 매출 감소를 이유로 대량 감원을 발표했다. 또다른 장난감 업체 잭스퍼시픽 주가는 올해 50% 이상 빠졌다.

그나마 잘 나가는 게 캐나다 유아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스핀마스터다. 스핀마스터는 어린이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해치멀’을 갖고 있다. 스핀마스터 주가는 올해 토론토증시에서 60% 이상 뛰었다.

CNN머니는 장난감 제조업계에 대해 “독창적인 프랜차이즈에 더해 해치멀 같은 새로운 히트 제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치멀과 경쟁할 만한 독자적인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런 가운데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 신청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해즈브로, 마텔, 잭스퍼시픽은 작년 전체 매출의 10%를 토이저러스를 통해 창출했다. 여기다 아마존을 통해서도 제품을 유통하다보니 저가 경쟁 부담이 너무 크다.

영화 산업의 부진이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대형 장난감 업체들은 할리우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즈브로는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을 거느리고 있는 디즈니필름의 성공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레고는 9월 개봉한 ‘레고 닌자고 무비’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품 판매도 신통치 않았다. 현재 상영 중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인기가 전작에 못미치면서 캐릭터 판매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B라일리 FBR의 수전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스타워즈 매출 부진 우려는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면서 “오히려 소매업계는 스타워즈 장난감이 잘 팔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18년에 새로운 마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하고 스타워즈 주인공 한 솔로가 내년 여름 부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앤더슨은 마텔보다 해즈브로를 선호한다. 그는 디지털 장난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마고 조지아디스 마텔 신임 CEO의 전략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CNN머니는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 여파로 마텔이 해즈브로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텔은 해즈브로의 인수 제안은 관심이 없다며 양사가 합병 협상을 하더라도 반독점 심사를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CNN머니는 어린이들이 스마트폰 태블릿 닌텐도 스위치 같은 전자 장난감에 빠지면서 몸을 쓰는 장난감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게임을 좋아한다며 아이들이 모두 부모와 같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완구 업계의 앞날이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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