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원칙(原則)과 변칙(變則)

입력 2017-12-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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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가끔 필자의 마케팅을 일컬어 ‘변칙(變則) 복서(boxer)’ 같다는 말을 한다. 가드도 내린 채 드러내놓고 난타전을 벌인다든가, 혹은 상대가 스트레이트와 훅을 구사하며 있는 힘껏 어퍼컷 한 방을 날리려 할 때, 그 힘을 지렛대 삼아 옆구리에 꽂아 넣는 역공의 모양새가 그렇다는 거다. 유명 광고대행사를 거치지 않았으며, 사업 초기에는 광고나 마케팅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필드에서 굴러먹으며 배운 가치를 소비자의 마음에 오버랩시키고자 한 것이 전부인데, 변칙에 능하다는 것이 과연 칭찬일까?

모든 일에는 원칙이 있고 이에 해박한 전문가가 있다. 반면 정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 나 같은 변칙자(變則子)도 존재한다. 원칙이란 그 어원에서부터 풍겨 나오듯 베이스가 탄탄한, 거스를 수 없는 통계적 안정감이 상존한다. 변칙에는 불규칙과 의외성이 전제된다. 흔히, 공무원의 융통성 없는 처신을 일컬어 벽창호(壁窓戶)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알고 보면 원칙이 중요시되는 업무가 따로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 변칙으로 일관된 사람은 제정신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원칙과 변칙이 이렇듯 사뭇 다를진대 커뮤니케이션은 변칙의 묘(妙)를 끊임없이 동경한다. 과연 어떤 때에 변칙이 발휘돼야 효과적일지 궁금하다.

“무릇 전쟁은 정공법으로 맞서고, 변칙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손자병법서는 말하고 있다. 탄탄한 안정감을 토대로 예측하지 못할 한 방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요즘처럼 사소한 것이 트렌드로 대변되고,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척박한 카페 거리가 번성하는 이유도 사람 내면의 방어기제에 ‘한 방’이 들어맞은 결과일 것이다. 있던 것에 식상하고, 없는 것에 위안을 삼는 이상한 현실 속에서 변칙의 발현 시점은 나날이 현재에 와 있는 듯하다. 마케팅도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를 여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면 원칙과 변칙의 하모니는 춘추시대의 병법을 뛰어넘어 이제 한방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철저해야 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변칙의 한 방이 통하려거든 먼저 원칙적 행동으로 상대의 불신을 걷어내는 것이 첫째로, 그것을 ‘자기 객관화’라고 부르려 한다.

나만의 자기 객관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운 요령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과 보이는 현상을 주관적인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이다. 무엇이 됐든 상대방(즉, 소비자)의 입장에 정확히 미러링 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객관화는 마치 스노클링을 하면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고기의 움직임과, 왜 그 물고기가 머뭇거리고 있는지 눈앞에 훤히 보이는데 고기를 낚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가 된다. 자기 객관화의 결과물은 ‘내가 물고기라면? 어떻게 할까’로 귀결된다. 물론 물고기의 지능(IQ)으로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것이 힘겹긴 하겠지만 그럴 땐 그냥 ‘상대에 대한 계속적인 관찰’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변칙 복서처럼 가드를 내리고 여기저기 골고루 맞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힘과 패턴을 모두 얻을 때까지 내 회심의 한 방이 무엇일지 단정 짓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맞다 보면 저절로 찾게 된다. 이처럼 상대를 쉼 없이 관찰하면 승리의 방법은 반드시 하나로 모이게 되며, 이로써 소비자의 마음이 투사(mirroring)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단순화된 변칙 한 방을 날리면 승리할 수 있다. 만약 ‘한 방’이라는 그 변칙이 성공한다면 바꿔 말해 그 베이스에는 자기 객관화라는 원칙이 어느 정도 잘 이루어졌음을 기특해해도 될 일이겠다. 원칙과 변칙은 순서적으로 동거해야 맞는 것 같다. 고리타분한 결론일지라도 그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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