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전 회장, 두산건설 대신 내민 카드는

입력 2008-02-28 09:30 수정 2008-02-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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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생활 2년7개월만 건설사 인수 컴백 '왜'

두산家 '형제의 난'이후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며 두문불출하던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2년 7개월만에 재계로 컴백하며 '돌아온 제다이'가 됐다.

가문으로부터 일가 제명 등으로 와신상담해 온 그가 재계 복귀 발판으로 삼은 것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55위의 중견건설사인 성지건설.

박 전회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건설사를 택한 것은 '두산건설' 소유에 대한 못다한 소원을 이루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당연한 것이라는 재계의 반응과 함께 향후 그와 그의 가족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성지건설은 알짜회사

성지건설은 27일 공시를 통해 전체 주식지분 24.4%에 해당하는 146만1111주와 경영권을 730억5555만원에 박 전 회장에게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성지건설 측은 "계약체결로 최대주주는 김홍식에서 박용오로 변경될 예정이며 3월 주주총회에서 새 경영진이 선임될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성지건설은 1969년 설립됐으며 순이익률이 9~10%, 현금성 자산 800억원, 당좌자산이 2257억원에 달하는 건실한 회사로 꼽힌다.

사업 포트폴리오 에서도 중견건설사임에도 자체 비중이 높고 수익성이 좋고 토목 부문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2006년 건축공사 1385억원, 토목공사 490억원, 자체공사 395억원으로 주택, 토목, 자체공사가 60%, 22%, 18% 비율을 나타냈다. 인천문학경기장, 마포대교 교량확장 등에서 시공사로 활동했으며 아파트 브랜드로는 '리벨루스'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성지건설의 지분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분 5.11%(30만6,820주)를 보유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장하성펀드)가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간 성지건설 대주주 측이 꾸준히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고 재계 복귀를 희망했던 박 전 회장과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인수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성지건설은 김홍식 명예회장과 설립자인 김적성씨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으며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 건설사 발판 삼은 건 당연한 일

재계에 따르면 박용오 전 회장이 복귀 무대로 건설회사를 택한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두산가의 '형제의 난' 발생 이면에 대해 두산가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렇게 보고 있다.

박 전 회장이 당시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을 그룹에서 떼어내 자신과 아들들인 박경원 전 전신전자 대표와 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전 뉴월코프 대표) 에게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총수 일가가 거절했다는 점에서 가족간 분쟁이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즉, 건설사에 대해 박용오 부자는 일찍부터 관심이 깊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두산 제 4세대로의 지분이동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박 전회장 자신의 두 아들이 소외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박 전회장이 두산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관계자들 후문이다.

박 전회장의 폭로 이후 가족경영의 대명사였던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서로가 치부 폭로전으로 치달으며 '이전투구'양상을 보였다.

박 전회장과 그의 아들인 경원씨와 중원씨에게 두산 총수일가는 '가문에서 제명'이라는 극약처분을 내렸다.

결국 두산가 형제의 난은 2006년 2월 서울중앙지법이 `두산그룹 총수일가 3세인 용오, 용성, 용만, 용욱 등 4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일단락됐다.

◆ 형제의 난 이후 엇갈린 명암

박 전회장과 아들인 경원, 중원 형제는 일가에서 제명된 이후 그룹으로부터 완전히 소외 당했다.

박 전회장은 그간 철저히 두문불출했다. 그룹경영에서 제외된 그의 두 아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코스닥기업 입성을 통해 살길을 찾아야 했다.

일찍부터 그룹으로부터 분가를 선언하고 전신전자를 맡았던 박경원 전 대표와 뉴월코프의 경영권을 지난해 3월 확보한 박중원 전 대표는 각각 2006년과 2007년 경영상의 실패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두산가 4세들은 두산그룹이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 선언 이후 주식 대박을 맛봤고 올초에도 경영일선에서 전진 배치가 가속화 되고 있다. 심지어 5세들도 주식 지분을 늘리고 있으나 박 전회장의 아들인 경원씨와 중원씨 및 그의 자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1월 임원인사에서 4세 경영인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박태원 두산건설 상무를 전무로 승진했다.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과 박석원 두산중공업 부장도 상무로 진급했다. 박진원 전무와 박석원 상무는 박용오 전 회장과 치열한 형제의 난 상대방이던 박용성 회장의 아들들이다. 박태원 전무와 박형원 신임상무는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아들들이다.

이들을 포함 두산가의 4세 경영인들은 모두 8명이다.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박혜원 두산매거진 상무, 박인원 두산전자 차장 등이 포진해 있다.

박용오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배제에 대해 두산그룹은 "총수일가가 직접 내린 가족간의 결정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가 두산그룹으로부터 발을 뗀 이후 박용오 전 회장이 선택한 행보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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