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재판·헌법소원 끝에…'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 주민번호 바꾼다

입력 2017-12-27 10:00 수정 2018-01-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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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헌법소원을 통해 법을 바꾸고 4번 재판을 받은 끝에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피해자 강모 씨 등 3명이 성북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강 씨 등은 네이트와 싸이월드, 옥션에서 각각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 네이트에서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만 3500만 건이다. 이들은 2011년 11월 각 관할 지자체에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소송을 냈다.

이게 시작이었다.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한 강 씨 등은 5년 만에 승소했다. 매 심급마다 수십만 원이 드는 소송비용 때문에 중도 포기한 이들도 많다. 민사소송으로 최대 10~20만 원 정도 배상받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큰 액수다. 대법원 판단까지 받은 피해자들은 3명뿐이다.

최근 개정된 주민등록법은 강 씨 등 3명이 고군분투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이들이 소송 도중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2015년 12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서 관련 법령이 개정됐다. 개정된 주민등록법은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해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으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대법원은 올해 6월에야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존 주민등록법령에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절차가 없다. 이런 이유로 1, 2심 모두 강 씨 등이 낸 소송을 본안 판단조차 하지 않고 각하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현행 규정에서는 이들을 구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을 기다리다가 4년간 결론을 내지 않았다.

대법원은 '주민등록 변경제도'가 5월 말부터 시행되고 나서야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이 없다거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을 이유로 피해자가 불이익을 부득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하는 국가로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일률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할 것이 아니라 만약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어서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동서양재 김기중 변호사는 "번호가 유출돼서 피해를 봤는데 법 규정이 명시적으로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방치한 것"이라며 "너무나 당연한 일이 오래 걸려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가지 않고 각하 판결이 확정된 이들 역시 법 개정에 따라 다시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하지만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여전히 구제받기 어렵다는 비판은 남는다. 입증책임 역시 구제받으려는 쪽이 진다. 김 변호사는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할 정도까지를 입증하려면 피해를 특정해서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며 "유출된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이 사람마다 다 다른데, 실질적인 증명이 없으면 구제를 받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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