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 개미들은 왜 항상 잃는가

입력 2017-12-27 11:15 수정 2017-12-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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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자본시장이 장기적으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건전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을 확립하고 투명하게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필수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러프(George Akerlof) 교수는 시장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의 하나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들었다. 이른바 ‘레몬이론(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ty and the Market Mechanism)’이다. 한마디로 공정한 정보 배분이 시장경제 메커니즘의 작동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동등한 정보를 가지고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게임을 시작한다면 승자는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고, 패자 또한 결과에 승복하고 기꺼이 다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의 확산 속도와 파급 범위가 무제한적이며, 이를 접목한 투자전략도 급속히 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의 공정성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양질의 정보는 기술장벽(digital divide)에 막혀 일부가 독식하는 반면, 허위·과장 정보는 빠른 속도로 시장에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작전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신속성을 기반으로 한 각종 사기적 범죄행위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법도 실제 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등의 고전적 수법에서 벗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허위사실의 유포, 소액주주 경영참가 유인 등 고도·지능화하고 있다. 이들 세력은 호재(好材)를 침소봉대하고 악재(惡材)를 숨기는 식으로 주가지수 상승을 유도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자본시장에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개인들은 투자정보의 수집과 분석능력이 취약하다. 투자정보의 양도 빈약하지만 정보의 진위를 가릴 능력도 부족하다. 그럴 듯한 거짓 정보에 현혹되기 쉽다. 또 개인투자자의 자금 규모는 영세하다. 이에 개인들은 소액투자 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저가주에 투자하고 거래의 빈도를 늘리는 등 위험투자의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개미들은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다. 탐욕과 공포에 쉽게 휩싸이고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요구될 때에도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실적이 좋을 리가 없다.

반면 작전세력과 기업사냥꾼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개미들을 유혹한다. 가격으로 유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래량으로 유인하기도 한다. 거짓정보를 퍼뜨리기도 한다. 개미들이 일단 낚시의 떡밥을 물게 되면 곧바로 올가미에 걸려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다가 결국엔 저가로 보유주식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간혹 적은 금액의 수익을 보는 개미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역시 미끼라는 사실을 모르는 개미들은 오히려 더욱 깊이 발을 담그게 된다. 때늦게 모든 것을 날린 뒤에야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시 말해 정보에 어둡고 자금력이 취약한 개미들은 작전주의 주가가 움직일 때, 특히 오르기 시작하면 주식을 매집한다. 간혹은 신용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아서까지 전 재산을 몽땅 투입하는 경우도 볼 수가 있다.

그러다가 주식 가격이 빠지게 되면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때 마음 약한 개미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주식을 내다팔 수 없다며 미적거린다. 그러는 사이 개미들의 피해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더욱이 작전세력과 기업사냥꾼의 농간으로 기업이 상장폐지나 부도를 맞기라도 하면 개미들은 그야말로 거덜이 나게 된다. 마침내 전 재산을 날리고 신용대출 받은 자금까지 물려 빚더미에 오른 개미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 불쌍한 개미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결국 선량한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일부 악덕 사기집단이 배만 불리게 된다.

이들 작전세력과 기업사냥꾼들이 시장에서 기승을 부릴 수 있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작전수행과 기업사냥에 필요한 비교적 대규모의 자금동원을 할 수 있다. 이들이 주로 노리는 대상은 주가변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코스닥시장에 진출한 신생기업과 저가주들이다. 왜냐하면 작전과 기업사냥을 하려면 우선은 많은 돈이 필요한데, 저가주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채업자들이 가담해 더욱 판을 키우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컴퓨터와 다양한 정보 소스를 활용해 시장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고 신속히 수집 활용하고 있다. 그러기에 항상 개미들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시장을 파악할 수 있거나 교란시킬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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