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2017 세계 자동차 산업 10대 이슈

입력 2017-12-27 10:52 수정 2017-12-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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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장 逆성장…인도 중심 ‘신흥국 수요 회복세’ 두드러져

2017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어느 때보다 숨 가쁜 변화의 시기를 보냈다. 4차 산업혁명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자동차 역시 하나의 전자기기로 변신을 시작했다. 이러한 전동화(Electrification) 패러다임은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에서 비롯됐다.

나아가 더 이상 독단적인 고집을 피워 살아남기가 어려운, 이른바 기술과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제휴 작업도 속속 이뤄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선정한 2017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 10대 이슈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1. 미국시장 정체 본격화

2. 유럽 디젤차 시장 축소

3. 신흥시장 회복세 전환

4. 르노-닛산, 글로벌 판매 3강 진입

5. 중국업체 간 경쟁력 격차 확대

6. 테슬라 경영난 심화

7. 자동차 산업 내 제휴 확대

8. 자동차 산업 파괴적 혁신 대응 강화

9. 완성차 업체, 배터리 내재화 추진

10.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시장 정체 본격화 = 올해 1~10월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1423만 대에 머물렀다. 수요 정체가 본격화돼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UV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으나 승용 세단의 판매 감소세가 더 컸다. GM과 포드가 각각 북미에서 세단을 생산하는 공장의 문을 닫거나 생산설비를 국외로 옮기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유럽 디젤차 시장 축소 =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 이후 유럽 디젤차 수요가 급감했다. 디젤 판매 비중은 2011년 56%에서 올해 3분기 44%까지 10% 포인트 이상 줄었다. EU 차원의 배기가스 규제 강화, 주요국의 디젤 억제 정책 확대 및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 등이 주요인이었다.

강화된 유로6C 규제는 배출가스 측정 기준이 강화(기존 NEDC→신규 WLTP)되고 실도로주행 연비 측정(RDE) 방식이 추가 도입되면서 인증 조건도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강화된 규제는 연구 개발비 증가와 고가의 배출가스 저감장치(SCR) 장착을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디젤차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가격도 올랐고 판매는 떨어졌다.

◇신흥시장 회복세 전환 = 신흥시장의 수요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선진시장과 중국의 자동차 수요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 러시아와 브라질, 아세안 5개국 등 신흥시장의 회복세가 글로벌 수요 확대를 견인했다.

특히 인도 시장 성장세가 눈길을 끌었다. 모디 정부 출범 이후 7%대의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중산층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GDP는 1723달러. 연 가구소득 20만 루피(약 3000달러)를 넘는 중산층 인구가 지난해 3억 명을 넘어섰다.

자동차 판매 또한 2015년 이후 8~9%대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의 자동차 대중화(Motorization)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르노-닛산, 글로벌 판매 3강 진입 = 지난해 말 미쓰비시를 인수한 르노-닛산이 폭스바겐, 토요타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1~10월 누적판매 기준, 르노-닛산은 전년 동기비 19% 증가한 781만 대를 기록했고, 같은 시기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각각 781만 대, 776만 대를 판매했다.

양사는 2003년부터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지난해 4월 미쓰비시의 경차 연비조작 사태를 계기로 같은 해 10월 닛산이 미쓰비시의 주식 34%를 취득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중국업체 간 경쟁력 격차 확대 = 중국업체 간 경쟁력 격차가 확대되면서 상위 업체와 하위 업체 간의 분화 현상이 뚜렷해진 한 해였다. 지난해부터 품질, 브랜드 등의 경쟁력 차원에서 우위를 보이는 상위 업체군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그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다.

그 결과 지리, 창안, 창청, 광치, 상치 등 상위 5개 업체의 중국업체 내 판매 집중도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들의 점유율은 48.1%였다. 올해는 1~10월 벌써 53.1%로 급상승한 상태다. 결국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몇몇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테슬라 경영난 심화 = 탄탄대로를 걷던 테슬라가 의외로 경영난을 토로하며 긴축에 나선 한 해였다.

2013년 7400만 달러였던 순손실은 올해 3분기 누적기준 13억 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3분기에만 6억 달러의 적자를 내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8월 테슬라는 추가자금 조달을 위해 18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런데 해당 회사채에 대해 무디스가 냉큼 ‘정크본드’로 분류해버렸다.

테슬라가 이러한 경영난에 봉착한 이유는 자동차 회사로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해 계획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산업 내 제휴 확대 =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의 제휴 추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내연기관과 관련된 제휴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전동화와 ICT 관련 분야로 제휴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출시 경쟁이 심화되면서 막대한 투자 자금이 소요되는 전기차 개발과 충전 인프라 보급에 공동으로 대비하려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전기차 개발의 경우, 토요타와 마쓰다는 상호 500억 엔씩 출자해 자본제휴를 맺고 토요타의 자회사인 덴소도 포함시켜 전기차 개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에서의 완성차·ICT업체 간 합종연횡이 가장 활발했다. 폭스바겐과 포드는 지난해부터 테슬라에 부분 자율주행용 칩을 공급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기술 공동 개발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 파괴적 혁신 대응 강화 =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2년까지 전기차 생산 전용라인을 구축하고 우리 돈 약 5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 역시 1억 달러를 투자해 ‘토요타 AI벤처스’를 설립했다.

글로벌 부품업체인 보쉬는 10억 유로(약 1조2000억 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전동차 연구개발에 매년 4억 유로(약 5200억 원)를 쓰겠다고 통 큰 투자계획을 내놨다.

◇완성차 업체, 배터리 내재화 추진 =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 배터리를 외부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연비규제, 전기차 의무판매제 등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전략을 새로 짜야 할 상황이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 조달과 성능 개선이 요구됨에 따라 △배터리 직접 제조 △배터리 소재 확보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에 투자하고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BMW도 자체 연구를 진행 중으로 향후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세계 각국은 무역장벽을 허물었다. 자유무역협정이 곳곳에서 맺어졌고,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세계 질서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무기력한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감은 선진국들을 반세계화의 흐름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미국은 올해 들어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탈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개시, 최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종료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한편,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에 대한 통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0월 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는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세계의 보수화 사조를 자극, 정치 및 경제에 위협으로 작용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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