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왜 중국에는 저자세인가?

입력 2017-12-27 10:53 수정 2017-12-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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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둘러싸고 중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공항 영접 시 차관보급 인사가 나오는 등 한마디로 예우가 다른 국가의 정상에 비해 소홀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측 경호원들이 대통령 수행 한국 기자들을 집단으로 폭행하기까지 했다. 그 후에도 제대로 된 사과도 안 하며 일부 관영 언론은 그 책임이 한국 측에 있는 듯 보도하기도 하였다.

중국이 한국을 낮게 보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서해안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어선은 불법으로 어로 작업을 하면서 이를 단속하는 우리 해경에 폭력으로 맞서 싸우고, 단속하는 우리 해경 대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많은 해경이 부상하기까지 하였다. 우리 해경이 강력히 단속하자 적반하장 격으로 중국 정부는 너무 강하게 단속한다고 항의하기도 하였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전방위적으로 경제보복을 하고 최근 일부 보복조치를 완화하는 과정에서도 한·미·일 군사동맹 금지 등 소위 3불(不)을 우리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태도는 한국을 마치 과거 조공을 바치던 나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사태들의 근본 원인은 중국에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커졌다고 국제규범을 무시하며 주변국들에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못지않게 우리나라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그동안 저자세 일변도의 우리나라 태도가 중국이 우리나라를 무시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안보와 경제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한 국가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며 안보 면에서도 사실상 북한을 지탱하고 있으며 통일 과정에서도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면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대우에 대해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무서워 참고 지내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한국은 부당한 요구를 해도 항의하지 못한다”라고 중국이 인식한다면 부당한 대접은 반복되고 악화할 것이다. 당사자가 지키려는 의지가 약한데 누가 자존심을 지켜주는가?

베트남은 우리나라보다 국력이 약하지만 프랑스, 미국, 중국 등 강대국에 굴복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중국도 함부로 압력을 넣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못한다. 과거 미국 관광객이 싱가포르에서 자동차에 페인트 낙서를 하여 태형 6대와 3500싱가포르달러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까지 나서서 태형을 면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굴복하지 않고 태형을 강행하였다. 어느 나라도 싱가포르 정부를 우습게 생각지 않는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식도 개선할 점이 많다.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 미국에는 비판적이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안 한다. 미군의 의정부 장갑차 교통사고 시, 당시 미국 부시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반미운동을 지속하였다. 또한 사드 배치의 경우에도 미국을 비난하는 시위는 많은 반면, 이를 계기로 부당하게 압력을 넣는 중국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일부 정치인은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입장을 옹호하는 듯하였다. 이번 한국 기자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중국을 비난하기는커녕 한국 기자단을 비난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중국에 잘 보이면 우리나라가 보호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우습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

외교 관계에선 모든 국가를 당당하게 대해야 한다. “한국은 섣불리 압력을 가한다고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라는 인식을 주면 부당한 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시적인 경제보복 등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외교 관계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생즉사(死則生, 生則死)’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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