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소방관 "2층 창 개방했다면 한 사람도 살아서 못 내려왔을 것…우리가 방화범인가요?"

입력 2017-12-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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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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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로 29명이 사망하면서 대형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데 대해 소방당국의 초기대응이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현직 소방관이 "우리가 죄인입니까. 우리가 방화범인가요?"라며 소방관의 잘못이 지적받는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소방관"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자신을 10년차 현직 소방관이자 마흔 살의 3남매 아빠라고 소개했다.

그는 "얼마전 발생한 제천 화재 사건을 보면 평소와는 다르게 전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참 소방관이 그렇게 많이 죽어가도 전혀 관심이 없던 국민이고 국가인데 말이죠"라고 밝혔다.

글 작성자는 "(이번 제천 화재 사고로) 왜 소방관이 욕을 먹어야 하는지 참 안타깝다. 잘못했으면 욕을 먹어야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안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지 말아달라는 마음에 적는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제천 화재 사고에서 스포츠센터 2층 사우나에서 대부분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2층 유리창을 일찍 깼다면 생존자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글 작성자는 "백드래프트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백드래프트는 이번 화재처럼 무창층, 즉 개구부가 없는 건물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훈소가 일어날때 급격한 출입구 개방, 창문 파괴로 산소가 급격히 유입돼 폭발하는 현상"이라며 "발생 즉시 현장에 있는 소방관들은 폭굉현상으로 즉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천 화재 현장의 2층 사우나가 전부 타일이라 창을 개방해도 탈 수 있는 물질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백드래프트의 주요 가연물질은 바로 가스다. 불이 난 건물을 가득 채우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그 시커먼 연기가 바로 가스인데 소량의 그을음과 수증기, 미립자 외에 다량의 가연성 가스를 내포하고 있다"며 "물론 창을 개방해도 백드래프트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2층에 있는 분들은 살아있지 않았을 거라 추정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 뇌는 3분만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도 생존하지 못한다. 유족들은 그 농연 속에서 본인의 가족들은 몇시간이고 생존했을거라 믿고 싶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공기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소방관도 농연 속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며 "그럼 그 안에 있는 분들을 구하지 않고 그냥 두어야 하냐고 유족들은 말하겠지만 생존 가능성이 없는 분보다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구하는 게 구조의 원칙"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글 작성자는 "제천 화재 현장에서 2층 창문 미개방은 진압대장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단언한다. 2층 창을 개방했다면 아마 건물에서 단 한 사람도 살아서 못 내려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제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소방관의 책임 부분에 대해 거론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글 작성자는 "2층 창을 파괴하고 화재가 급격히 확대됐다면 이 나라 언론에서는 미숙한 소방관들의 섣부른 창문 개방으로 화재를 더 키웠다고 보도했을 것"이라며 "숭례문 화재때 똑똑히 보았다. 국보1호의 파손에 유의해 작업을 했으면 한다는 앵커의 멘트와 화재가 끝나고 나서는 왜 파괴를 하지 않았냐고 소방관을 나무라더라. 그때 전 국민이 소방관을 방화범 취급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불을 지른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소방관도 사람이다. 본인의 안전을 먼저 지켜야 한다"며 "구조대원이 먼저 살아 있어야 구하려는 사람(요구조자)를 구할 수 있다. 살신성인을 바라겠지만 내가 죽고 수십명을 구했으면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그는 "119상황실로 전화를 하면 수보대원은 60초 안에 출동지령을 내리고 출동지령이 내려지면 모든 대원은 1분 안에 차고를 탈출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까지 5분 안에 도착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현실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꽉 막힌 현장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5분을 훌쩍 지난 시간이다. 욕설과 함께 왜 안오냐는 전화가 수십통이 오는 시간이다. 유족에게 잔인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현장의 소방관의 마음은 유족보다 더 애가 탔을 것이다. 구하고 싶은 마음은 유족들보다 더 간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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