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는 오랜 기간 머무르던 박스권을 탈출하며 새 역사를 썼다. 코스피는 25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지부진하던 코스닥도 800선을 터치하며 다수의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1.8% 오른 2467.49에 마감했다. 2009년(49.7%)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가총액도 1606조 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감소 추세를 보이던 거래대금도 작년보다 17.9% 증가한 하루 평균 5조3000억 원을 기록하며 증시의 활기를 반영했다.
코스피시장의 활황은 대형 수출기업이 견인했다.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수출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연초만 해도 2000대 초반에 머무르던 지수는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발표가 이뤄진 4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 5월에는 2300선을 돌파하며 6년 동안 갇혀있던 박스권을 벗어났다.
5월 치러진 ‘장미대선’도 지수 상승에 힘을 실었다. 코스피는 7월에는 2400선, 10월에는 2500선을 돌파했다. 새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강력하게 예고하면서다. 지난달 3일 장중에는 코스피지수가 역대최고치인 2557.97포인트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은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높은 편에 속했다. G20(주요 20개국) 대표지수 가운데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은 6위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 등 신흥국을 빼면 선진국 증시 중에 우리나라보다 상승률이 높았던 국가는 미국(25.4%)뿐이었다.
코스닥시장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28일 코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26.4% 오른 798.42포인트로 올 한해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999년 이후 18년 만의 최고치다.
코스닥은 9월까지만 해도 630∼680포인트를 횡보하며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추석 연휴 이후 연기금의 투자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상승 랠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장중 803.74를 기록하며 2007년 11월 이후 10년간 회복하지 못한 800선을 처음으로 넘기기도 했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거래대금은 지난달 21일 하루 10조323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 활황의 주역은 2015년 이후 조정을 받았던 제약·바이오 업종이었다. 바이오 종목이 속한 기타업종과 제약업종의 상승률은 각각 68.2%, 59.3%에 달했다. 올 한해 개별 종목을 보면 대장주 셀트리온이 105.9%, 신라젠이 605.7% 급등했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티슈진도 각각 공모가 대비 164.9%, 91.9% 뛰는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감안할 때 코스닥지수가 900선, 1000을 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라며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는 내년은 중소형주와 코스닥에 매우 긍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