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했다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한 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30일 마감한 2017 회계연도에 쿡 CEO가 받은 총 보수는 1280만 달러(약 137억880만 원)다. 이는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인상폭은 주요 경영진 5명 중 최대다. 이는 애플이 올해 실적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결과라고 28일(현지시간) CNN머니는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애플은 배터리 노후로 갑작스럽게 전원이 나가는 현상을 막으려는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반감은 더 커졌다. 세계 각지에서 집단소송 바람이 불었다. 이날 애플은 미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사용자를 실망시켰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사과문을 냈다. 애플은 내년 1월 말부터 12월까지 아이폰6 이후 사용자, 즉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 아이폰6S, 아이폰6S 플러스, 아이폰SE, 아이폰7, 아이폰7 플러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보증기간이 만료된 경우 배터리를 29달러에 교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애플 경영진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작년에는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5년 만에 임원 보수를 낮췄는데 1년 만에 원상회복한 것이다. 지난 회계연도에 애플은 중국 사업이 크게 침체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당시 쿡 CEO의 보수가 15% 이상 줄어들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쿡 CEO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보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애플의 실적 개선이 주효했다. 애플은 2017 회계연도에 매출 2292억 달러, 영업이익 61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목표치였던 2252억 달러, 579억 달러를 웃돈 결과다. 애플의 주가 상승도 보너스 확대에 크게 이바지했다. 올해 애플의 주가는 37% 올랐다. 쿡 CEO는 2011년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뒤를 이어 CEO직을 맡았는데 그 이후 애플의 주가는 200% 이상 치솟았다.
쿡 CEO는 올해 기본 연봉 306만 달러에 추가로 933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보너스 규모는 전년 대비 74%나 뛴 것이다. 여기에 스톡옵션으로 8920만 달러를 확보했다.
쿡 CEO가 받은 보수 규모는 전년 대비로 따졌을 때 경영진 중 최고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쿡을 제외한 임원은 상위 5명은 전년 대비 인상률이 6%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금액으로 따졌을 때 쿡 CEO가 받은 보수는 가장 낮았다. 버버리의 전 CEO이자 현재 애플의 소매 사업 부문 사장인 안젤라 아렌츠는 242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아울러 애플 이사회는 지난 27일 쿡 CEO가 개인 여행을 포함해 모든 출장이나 해외 이동 시 전용 비행기를 이동하도록 강제한다고 밝혔다. 거꾸로 말하면 일반인처럼 항공사가 운영하는 비행기는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애플 이사회는 쿡 CEO가 일반 상업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전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쿡 CEO 개인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총 세계 1위 기업으로서 보안과 효율을 위해 CEO가 전용 비행기만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동시에 애플 CEO가 정치인과 같은 공인급 인사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현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도 해외 이동 시 전용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것이 쿡에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9월 30일 마감한 2017 회계연도에 쿡 CEO 개인 보안 비용은 22만4126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인 여행 비용은 9만3109달러였다. 애플은 이 비용을 모두 개인 비용으로 간주해 쿡에게 세금을 물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