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자잘한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순간순간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선택을 쉽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결정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도 없고, 따라서 더 소중한 것도 없다고 했던가.
그런 점에서 오성주(54) 타이가골프 대표는 행복한 사람일는지 모른다. 그는 전자공학도 출신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일을 한다. 아마도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사실 그는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미쉐린 타이어, 필립모리스, 신도리코 등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쌍방울 무주 리조트였다. 영업사원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갔다. 원서를 내러 갔다가 망설였다. 회사 규모가 작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속옷 업종의 선두주자인 쌍방울그룹의 계열사라는 얘기를 듣고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입사했다. 공학도답지 않게 ‘영업맨’이 체질인 듯했다. 스키와 리조트의 회원권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전국에서 실적 1, 2위를 다퉜다. 2년 차에 연봉 1억 원을 넘겼다.
“처음부터 VIP를 집중 공략했습니다. 사실 스키나 골프 회원권은 고가이기 때문에 일단 대기업 오너들이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있겠는가. ‘건물타기’ 등 영업을 위해서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그는 계획을 잘 세웠다. 계획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획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변화를 결심할 수 있고, 무엇을 언제 바꿔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특히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이 있음을 그는 잘 안다. 준비하면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우연한 기회에 수도권의 한 명문 골프장의 회원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억 원대의 고가 회원권을 갖고 있는 회원들은 모두 상위 1%에 속하는 VIP 골퍼들이었다. 그에게 회원명단은 ‘보물’이었던 셈이다. 골프회원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결국 다시 다른 회원권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조트계의 바닥이 좁다 보니 그의 영업 능력을 높게 평가한 성우리조트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 자리를 옮겼다. 몸값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후 강원 원주의 골프장과 콘도를 가진 한솔 오크밸리리조트로 이직해 팀장을 맡았다. 콘도 4개 동과 골프장 회원권 판매가 주업무였다. 3억~4억 원대의 회원권을 완판했다.
“회원권 분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동료들과 독립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처음 맡은 것이 필리핀의 이스타릿지였죠. 국내에서 회원들을 모집했는데 순조롭게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이후에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 타이가 컨트리클럽 국내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분양은 성공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원권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었다. 공급과잉으로 하향산업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골프투어였다. 2012년 골프투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회원권 분양 사업에서 일본과 태국의 골프장을 독점해 투어고객을 모집했다. 특히 태국 카오야이 힐사이드 컨트리클럽은 2025년까지 독점권을 갖고 있어 다른 여행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는 일본 타이가골프 골프장의 한국 회원들을 위한 방편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동남아 지역의 다른 골프장을 찾아 현지법인에 투자한 것이다.
그는 고객에게 ‘3가지 만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품, 가격, 서비스가 그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상품의 질과 함께 가성비를 높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 상품의 원가를 줄여 고객에게 해택을 돌려 드려야 하죠. 적절한 투자와 서비스 마인드가 통하는 해외 골프장의 파트너도 잘 만나야 합니다. 골프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오랜 동안 회원권 분양과 대기업 리조트에 근무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계절마다 다양한 상품을 잘 만든다. 이번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골프투어를 새로 출시했다. 자카르타 상품은 27홀을 돌고 나서 수영이나 헬스케어 등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인도네시아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양질의 골프장들이 많다. 다만,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라고.
“일반 여행객보다 골퍼의 입맛이 가장 까다롭죠. 골프투어 가격은 저렴하면서 좋은 골프코스를 원하거든요. 이 때문에 중상급의 골프장과 숙박시설을 찾아 가급적 싼 상품으로 만들어 골퍼들에게 권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사업을 즐기면서 한다. 볼도 잘 친다. 250야드 이상 나가는 장타력에다 아이언 샷도 정확하다. 국내외 200개 이상 골프코스를 돌아봤고, 골드컨트리클럽에서 기록한 이븐파 72타가 베스트스코어다. 로키산맥을 찾았을 때 명문 골프장을 옆에 두고 라운드를 하지 못한 것이 내내 후회로 남아 있다.
그는 골프관련사업의 장점에 대해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고객들과 라운드를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함께 볼을 치면서 골프투어 상담도 곁들이니까 1석 2조인 셈이죠. 특히 4월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4일 동안 180홀을 완주하고 나서 이 상품을 판매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아이언 맨’ 증서도 받았고요.”
세계 100대 명문코스를 모두 돌아보는 것이 로망이라는 오성주 대표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는지 궁금하다.
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