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반란(1)] 최형록 발란 대표 “유럽·아시아 잇는 명품유통 강자 꿈꾼다”

입력 2018-01-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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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 입고, 백화점보다 빠르고 직구보다 30% 저렴…올해 中 알리바바 티몰 입점 이어 日·동남아 진출

▲최형록 발란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최형록 발란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해 하반기 손님맞이를 시작한 ‘발란(BALAAN)’은 유럽 현지 명품 부티크(대규모 도매상) 200개와 아시아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명품 패션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IT기술을 활용해 전통 유럽 명품 부티크와 아시아 시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 판매 2년차에 접어드는 올해 약 800억 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는 명품 이커머스계의 다크호스이기도 하다.


“100조 원 규모의 아시아 명품 패션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빨리 유럽 명품을 공급해주는 유라시아 대륙의 ‘명품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발란 사무실에서 만난 최형록 대표(31)는 “아시아는 전 세계 300조 원 규모의 명품 패션 시장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큰 시장이자 온라인 유통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아시아를 주도하는 온라인 유통 강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ㆍ빠른 입고로 무장한 아시아 온라인 명품 시장 선두주자= 발란은 2015년 법인 설립 후부터 ‘이기는 게임판’을 착실하게 짜왔다. 아시아 시장에서 명품 패션 온라인 유통업의 첫 주자 자리를 꿰차면서 앞으로 아시아 온라인 명품 상권 판도를 주도할 선두주자의 지위를 선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 대표는 발란 창업 후 2년 동안 거래처를 넓히며 글로벌 톱 기업을 능가하는 상품 구색을 갖추는 데 집중해왔다. 1000개가 넘는 브랜드, 5만 개 제품을 아우르는 상품 구색은 경쟁사인 유럽 네타포르테의 3배에 이른다. 여기에다 가격은 기존 직구 채널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 아시아 기업이라 ‘유로리틀프라이스’라는 최소 판매가격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시즌 신상품 입고 속도는 현지와 동일하고 국내 백화점 매장에 비해선 두 달 이상 앞선다. 올해 봄ㆍ여름 시즌 신상품의 경우 발란은 이미 전년 12월에 입고를 완료했다.

발란에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게임의 기반’을 닦는 시기였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최 대표는 “매 시즌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차를 렌트해 매일 400km, 한 달에 1만km 주행거리를 찍으며 각지 명품 부티크의 문을 두드렸다”고 돌이켰다.

명품 패션 유통의 최상단에 있는 도매상인 부티크들은 브랜드 도매 독점 판권을 갖고 각각 연간 3000억~5000억 원 규모의 상품을 소싱하는 명품 시장의 ‘큰손’들이다. 유럽에 연고도 없는 새파란 동양인 청년이 나타나 ‘아시아 유통을 맡겠다’고 운을 떼자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며칠씩 시간을 보내며 제안서를 설명했더니 하나씩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년간 200개의 현지 주요 부티크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사업 비결은 ‘생존 기술’ = 언어적·지리적 난관에 부딪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비결은 그가 대학 시절부터 크고 작은 창업을 추진하면서 익힌 ‘생존의 기술’에 있다. 최 대표는 방학 때마다 틈틈이 호빵이나 추러스 등을 파는 간이 점포를 운영하거나 전역 직후 주식으로 모은 돈으로 레스토랑을 차려 2년 동안 경영하는 등 사업 감각을 키워왔다. 발란의 창업 자본금도 이런 작은 사업들을 통해 최 대표 스스로 불려낸 것이다. 그는 “작은 사업 경험들로부터 ‘버티는 법’을 배웠다”면서 “이때 익힌 ‘생존하는 기술’이 발란 초기에 큰 원동력이 됐다”고 귀띔했다.

레스토랑이 목표 수익을 내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한 최 대표는 객단가가 높은 명품 유통이야말로 전자상거래 형태에 가장 적합한 사업 분야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그는 “명품 시장은 규모가 크면서도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통 SKU 코드로 묶여 코드와 이미지, 가격만 있으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부티크 사업 경험이 있던 대학 동기와 친동생 등 4명의 동료를 모아 명품 부티크를 온라인으로 옮기자는 구상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 “세계 시장 유통 이어 내 브랜드 제조가 꿈” =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중국 알리바바 티몰 입점을 필두로 7월 글로벌 웹페이지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손님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연간 거래액이 400조 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커머스인 알리바바 티몰 명품관 입점은 발란의 모델을 높이 평가한 알리바바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 대표는 “이번 달 티몰에서 서비스를 론칭하면 발란이 중국 명품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의 40%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시장의 잠재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 중심이던 명품 시장은 최근 들어 온라인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최 대표는 “오프라인 리테일몰 중심인 아시아 시장에서는 구찌, 프라다 등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가 100여 개밖에 없지만 글로벌 시장에는 1000개 이상의 인지도 있는 명품 브랜드가 있다”며 “아시아 소비자로부터 소외된 900개의 브랜드 상품까지 라인업을 제공하며 인지도를 높여 간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발란은 무료 배송 및 반품, 수선 등의 고객서비스를 붙여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새해에 발란은 중국에 이어 상반기 일본과 하반기 동남아 지역으로 시장을 순차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최 대표의 눈은 이미 전 세계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그는 “앞으로 중국으로 베이스를 옮기고 사업을 확장할 것 같다”며 “아시아 유통망이 자리를 갖추면 3~4년 후부터 유럽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발란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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