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스트럭처] 국론통합이 중요한 한국 외교·안보

입력 2018-01-03 13:20 수정 2018-01-0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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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안보의 도전과 대응: 한국의 생존 전략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 장관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 장관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그만큼 도전도 커지고 있다. 주변 강대국과 북한의 동향을 보면 모두가 우리에게 정책적 딜레마를 던져 주고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아래 일방주의와 의도적인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은 2015년 세계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며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을 그곳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서 탈퇴하고 한국과는 2011년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수정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부는 협상에 의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백악관은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독단적이고 예측 불허의 행태는 우리나라에도 정책적 제약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영토 확장을 꾀하고 미국을 견제하며 주변국에 대하여 대국(大國) 행세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사드 배치를 빌미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3불(不) 원칙’을 끌어냈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안보 및 동맹정책과 관련하여 운신의 폭을 좁히고 속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의 아베(安倍) 내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보통국가’로 환원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의 밀착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북핵 문제 등에 있어서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정부는 북한과 관련해 유엔 등에서 대북 압박에 참여하면서도 중국을 대신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며 경제적 이득과 존재감 확보라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협조를 확보해야 하는 정책적 과제가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 무장을 통하여 정권과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 이제는 핵 보유 국가로서 미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ICBM(대륙간 탄도탄 미사일)을 완성하여 미국 본토를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확장억지(핵우산) 정책을 무력화하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여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으로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창 올림픽 참가를 미끼로 하는 남한과의 대화 제의는 김정은으로서는 외교적 묘수이며 한국으로서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김정은은 이번의 제안으로 한미동맹의 균열 초래도 기대할 수 있다. 남한에 대해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5·24조치 해제 등 대북 지원 조치도 요구해 볼 수 있다. 중국의 대화 역설에 화답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지속하고 강화하려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와 보조를 같이하면서 어떻게 북한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느냐의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엄혹한 환경에서 한국은 어떠한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는 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상반된 이념과 진영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대 정부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정책적 딜레마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늘날 어떻게 정책 딜레마를 극복할 것인가?

첫째, 우리 정부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미국이 오산(誤算) 때문이건 충동 때문이건 북한에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 그러나 ‘전쟁 불가’ 입장만 강조하거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오히려 평화 유지에 역효과를 가져오고 우리의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전쟁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한·미 간의 신뢰관계를 두텁게 하고 우리 자신의 방어?억지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유사시 대피 훈련 등 철저한 준비를 함으로써 북한에 우리의 굳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선포한 미국, 그리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해 한국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지 않아야 한다. 안보 우선 원칙을 고수하면서 미ㆍ중과의 관계에 있어서 등거리 정책이 아닌 일관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이 장애요인이 아닌 균형요인으로 작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유지할 때 중국이 한국을 경시하지 않는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한국을 압박하면 효과 있다”는 인상을 주는 한 중국은 한국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우호 외교를 지속하되 저자세 외교는 지양해야 한다.

넷째,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일본이 군사대국화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집착을 극복하고 안보, 경제, 인적 교류 면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아니더라도 3자 안보 협력에는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남북한 관계에서는 압박과 협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최대의 압박을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와 억지력을 확보하고 미국의 확장 억지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 무기의 순환 내지 항시 배치 등이 주요 방안이 될 수 있다.

당면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서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그것이 실현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되 반대급부로 평양의 올림픽 참가가 한·미 동맹 관계는 물론 대북 제재 문제와 연계되는 것은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에 귀를 열고 국론 통합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념, 감성,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실용적이고 균형 있는 외교·안보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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