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하는 부동산 허위매물, ‘답이 없다'

입력 2018-01-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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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좋은 방 올려 유인, 실제 가보면 다른 방 소개…3회 신고 때 퇴출 제재는 명분 뿐

인천공항에서 일자리를 얻은 이모(26·여) 씨는 현재 사는 곳에서 통근하기 어려워 영등포에 원룸을 얻기로 했다. 부동산 모바일 앱을 활용해 처음 찾은 곳은 영등포구청 인근의 전용 19.8㎡ 원룸. 보증금 300만 원, 월세 40만 원으로 비슷한 크기의 주변 원룸 중에선 가장 저렴했다.

그러나 집을 보려고 만난 중개사는 이 씨를 차에 태우더니 인근의 더 비싼 원룸들을 돌기 시작했다. 이 씨가 원래 찾던 곳을 가자고 하니 중개사는 그곳이 사창가 근처라는 등 자신이 올린 매물의 단점들만 열거하며 이 씨의 청을 거절했다. 이 씨는 이날 살 곳은 마련하지 못했고 애꿎은 하루만 공치게 됐다.

이처럼 중개업소가 저렴한 가격의 매물을 미끼로 내놓고 손님을 유인한 뒤 더 비싼 매물을 내놓는 허위매물 수법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신고된 거짓매물은 지난해 11월에만 3375건에 달했다. 모바일 앱 직방이 자체적으로 가입 중개업소의 허위매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7~9월 서울 관악구에서 17.5%, 5~6월 구로구와 금천구가 각각 24.4%, 53.6% 적발됐다.

이 씨가 당한 경우 외에도 허위매물 수법은 다양하다. 매물 소개 사진에 더 넓은 방을 올려놓거나 저렴한 매물을 확인하고 멀리서 찾아온 손님에게 매물이 방금 팔렸다며 다른 매물을 소개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다.

이런 허위매물이 판치는 요인에는 중개사들의 치열한 과당경쟁이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개업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10만 명을 처음 돌파했다. 지난해에만 1만8980명이 신규 개업했다. 이러한 가운데 ‘직방’, ‘다방’ 등 모바일 앱과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활용, 광고 비용을 들이는 경쟁까지 펼치는 상황이라 가짜 최저가 매물이라도 동원해 사람들의 눈길, 발길을 끌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부동산 모바일 앱들은 허위매물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직방은 가입 중개사가 허위매물 신고를 세 번 이상 받으면 강제탈퇴 처분을 받게 한다. 또한 광고 내용과 상담 내용이 다른 경우 ‘헛걸음보상제’를 실시, 이용고객에게 일정한 보상을 제공한다. 다방 또한 허위매물로 경고 4회를 받은 중개사의 경우 영구 퇴출한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에도 불구 허위매물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서비스들이 허위매물을 올린 중개사를 처벌하는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직방이나 다방 같은 모바일 앱들의 경우 중개사들로부터 광고이용료를 받는 매출 구조이기 때문에 허위매물을 올린 중개업소에 대한 엄중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며 “처벌보다 적자가 두려운 중개업소들은 허위매물이라도 올리게 된다”고 귀띔했다. 직방의 경우 중개사가 강제 탈퇴가 되더라도 1년 이후 재가입할 수 있는 점, 다방의 경우 영구 퇴출까지 경고를 4번이나 받아야 하는 점 등이 중개사가 허위매물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허위매물은 모바일 앱만이 아니라 네이버, 다음 등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도 기승을 부린다. 네이버 부동산은 허위매물 근절을 목표로 ‘우수 중개사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중개사들은 네이버가 수수료를 더 걷으려 한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선 보이콧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부동산을 이용하는 우수 중개사를 배지로 표시하는 대신 집주인 확인 매물 숫자를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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