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효성 지주사 체제 전환…조현준 회장의 '뉴 효성' 나온다

입력 2018-01-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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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회사 경영 효율성 제고…오너가 그룹 지배력도 강화

효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효성이라는 큰 우산 아래 여러 사업이 진행되던 기존 체제와는 달리 사업별 독립법인이 생기며 경영 전문성과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효성 총수 일가→지주회사→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되며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도 점쳐진다.

㈜효성은 3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지난 1998년 효성T&C,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 주력 4사를 합병한 이후 20여 년만에 다시 사업회사 분할을 결정하며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 요건이 강화되고 조세특례제한법도 일몰될 예정이어서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미루지 않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효성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지난해 초 조현준 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할 때부터 이야기가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조현준 회장이 대표이사직까지 맡으면서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이후 효성이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경영투명성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며 지배구조 개편은 예정된 수순이 됐다. 효성은 지난 9월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대표위원을 사외이사로 변경하고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내부회계 관리도 강화했다.

㈜효성은 오는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분할에 대해 승인여부를 결정하며, 가결이 되면 6월 1일자로 회사를 분할할 예정이다. 신설 분할회사들의 대한 신주상장 예정일은 7월 13일이다.

◇사업별 독립경영체제 구축…경쟁력 강화=이번 분할에 따라 존속회사인 ㈜효성은 지주회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자회사의 지분관리 및 투자를 담당하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 할 방침이다.

분할되는 사업회사는 총 4개로 △효성티앤씨㈜는 섬유 및 무역 부문을 맡게 되고 △효성중공업㈜은 중공업과 건설 부문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자재 부문 △효성화학㈜는 화학부문을 담당한다. 각 사업회사는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면서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해져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각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 확립됨으로써 경영효율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효성은 그동안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각각 32%와 4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하나의 회사 아래 사업부가 혼재되며 이 같은 글로벌 경쟁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업부 분할로 이러한 경쟁력을 갖춘 사업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영 투명성이 강화되고 사업부별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며 “재무구조 역시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계열사는 신설회사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 주식은 해당 신설회사로 승계되고 나머지는 ㈜효성에 존속된다.

◇오너가 지주사 지배력 강화=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효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 등 오너가는 인적 분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사업회사의 지분을 확대하고, 이를 지주사에 출자, 신주를 받고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효성은 지주회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최소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자사주는 5.26%뿐으로, 향후 사업회사 보유 지분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최소 15%가량의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 등 오너가는 사업회사가 인적분할 뒤 재상장을 하고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를 지주사에 현물출자할 예정이다. 오너가는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대신 지주사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효성은 사업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조 회장 등 오너가는 지주사의 지분을 확대하면서 그룹 전반적인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9월 말 기준 조 회장은 ㈜효성의 지분 14.27%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현상 사장은 12.21%, 조석래 명예회장은 10.18%를 가지고 있다.

◇아직 남은 과제…효성캐피탈 지분 해소·계열분리?=이번 지주사와 사업회사 분할로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탄은 쐈지만 아직 효성은 지주사 전환을 완전히 마치기 위해선 과제가 남아있다.

지주사가 금융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는 지주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효성은 효성캐피탈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현재 ㈜효성이 보유한 효성캐피탈 지분은 97.15%로, 이를 2년 내 처분해야 한다.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 기업공개(IPO)를 통한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에선 금산분리 때문에 금융회사(효성캐피탈)와의 지분구조를 해소해야 하지만 아직 어떻게 해소를 할진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며 계열분리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 역시 3형제에게 각각 계열사를 분리해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점에서 조석래 명예회장 역시 조 회장과 조 사장에게 계열사를 각각 나눠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홍제 창업주는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효성물산, 차남 조양래 회장과 삼남인 조욱래 회장에게 각각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분리해 상속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주사 체제 이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각기 다른 사업을 담당하며 계열분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회사 분할을 결정하고 임시주총을 앞둔 단계로 계열분리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며 “아직 (계열분리에 관련해) 바뀌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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