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납품업체 사장 분신자살 왜(?)

입력 2008-02-29 17:53 수정 2008-03-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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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고래푸드 차병국 사장 "망자는 말이 없다"

유통공룡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신세계이마트와 수년간 해오던 거래관계가 단절되고 다시 거래 재개를 시도하려던 납품업체 사장이 최근 이마트의 횡포를 비판하고 자신의 인생을 비관한 채 분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측은 과거 거래한 경험이 있었던 납품업체의 사장의 죽음은 유감이나 망자와는 최근 3년간 거래관계가 없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보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차병국 밥고래푸드 사장(45세)은 지난달 21일 이마트 본사가 있는 이마트 은평점 인근 주유소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그는 전신 70%에 2∼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2월 3일 끝내 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으로 유족들에 대한 보상문제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국내 대형 유통기업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거래 관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극단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과 유족들에 따르면 차 사장이 끝내 극단적인 사연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서비스연맹과 유족들에 따르면 그는 이미 파산한 'ㅇ'모 사를 운영하던 2001년부터 이마트에 반건조 어류 수산물 제품 납품을 시작했다. 이마트의 요구로 그는 납품을 위해 수억원짜리 포장기계와 포장지도 도입했으나 판매실적 부진으로 두달 만에 철수명령을 받았다.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해 온 그는 안정적인 유통망이 필요했고 2003년 다시 이마트 4개 매장에 납품을 했다. 그러나 매장 당 3∼4명의 판촉사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임대료 부담을 못 이기고 2004년 2월 매장을 자진 철수했다.

차 사장이 비용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마트 본사와 맺었던 수수료 매장 계약 때문이었다고 유족들은 전한다. 수수료 매장 계약이란 재고와 판매 직원의 월급 및 모든 매장 관리비까지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계약을 말한다. 차 사장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제소했으나 결국 이마트와 합의를 통해 제소를 포기했다.

수수료 매장 계약에 대해 서비스연맹 박정호 부장은 "이 계약은 납품업체들이 그래야만 매장에서 장사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상생협회 조성구 회장은 "납품업체에게 판매직원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차 사장은 이 과정에서 20억원 이상의 자금손실을 봤다고 한다. 이후 그는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2005년 9월 회사가 부도났다. 이로인해 신용불량, 부인 및 아들과 딸과 뿔뿔이 흩어지는 등 그의 삶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1년 여를 방황하다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2006년 밥고래푸드를 설립하고 굴비를 이용한 특허 제품을 개발해 재기를 노렸다.

그가 개발한 제품은 보통 냉동에 의해 팔리는 굴비를 화산재를 이용해 유통기간을 늘리고 20마리씩 팔던 것을 특수한 용기 포장으로 5마리 내외의 소량으로도 판매가 가능하게 한 '화산재 냉장굴비'였다. 화산재 이용 부분과 관련해 특허를 받아 자신감까지 얻은 그는 다시 이마트 문을 두드렸다.

그는 거듭되는 이마트와 악연속에서도 다시 거래를 시도한 이유는 안정적인 판로가 필요했던 중소납품업체 사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유족들 증언이다.

유족 대표를 맡고 있는 차 사장의 형인 차모(47)씨에 따르면 "이마트가 화산재 냉장굴비가 좋은 아이템이라면서 공장을 육지로 옮길 것과 용기제작업체까지 소개시켜줬다. 그러나 결국 이마트는 동생을 팽했다. 이마트가 밝힌 거래불가 사유는 제품 불합격과 신용불량였다"고 밝혔다.

차모씨는 "밥고래푸드 설립이후 동생은 이마트의 요구에 응하느라 신불자 신분에서도 지인들 도움으로 3억원의 돈을 끌어들여 운영했고 결국 이마트의 납품 거절로 인해 지난 12월 회사는 직원들도 다 떠난 유령회사가 됐다. 납품을 안받을 거라면 처음부터 이마트는 동생에게 입질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모씨는 "샘플과 테스트 상품이 다르다고 이마트는 말하지만 식약청 인정 기업인 Y모사로부터는 내용증명서까지 문제가 없었는데도 이마트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조사한다고 했고 납품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은 그날 차사장은 분신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게 됐다.

차씨가 2월 1일 세상을 떠난 후 한달 가까이 경과한 현재 그의 시신은 아직도 한강성심병원 영안실 냉동실에 안치중이며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연맹은 김형근 위원장은 "그의 사례가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촉사원 강요,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반품, 판매 장려금 강요, 판촉 광고비와 경품비용 떠넘기기, 일방적 거래 중단, 아이템 빼돌리기 등 전형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비스연맹과 유족들은 "이마트가 책임있는 자세로 유족들과 대화하고 이후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에 성실히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차 사장 사후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이마트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제소한 상태다.

형 차모씨는 "동생이 죽자 이마트 관계자들이 '우리가 죽으라고 했냐'며 성의없는 자세로 일관했다"며 "그래서 홧김에 처음에 10억원을 요구하다 치료비, 장례비, 두 자녀가 부산에 거할 집 양육비 등 5억~6억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마트, 유족들 억지 주장이다

이마트는 망자와는 최근 3년간 거래가 끝났고 법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서비스연맹과 유족들이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거래했던 차 사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한 죽음은 유감스러우나 이마트는 법 테두리안에서 그간 차사장과 일을 진행해 왔고 부당한 횡포가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유가족들로 인해 사태가 확산되면서 '대기업 횡포' 등이 거론되며 이마트로서는 씻을 수 없는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보상금과 관련해 이마트 입장은 이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거래 관계가 끊긴지 몇해째 되는 사람이 찾아와 납품하게 해달라며 호소한 것이다. 보상문제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 가운데 유족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고 사태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판촉사원 고용을 강요했다는 주장과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고인이 매장에 납품할 당시부터 스스로 판매에 따른 모든것을 부담으로 하는 수수료 매장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했다. 이마트가 강요한 것은 없다. 납품이 중단된 후에도 고인은 홈쇼핑 등에 물품을 내다팔았다. 이마트로 인한 부도 운운은 당치도 않다"고 지적했다.

화산재 굴비와 시간을 끌어 아이템을 빼돌렸다는 주장에 대해 "냉장 굴비는 이미 몇해전부터 이마트 매장에서 팔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납품불가 통보를 내린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이다.

지난해 7월이후 화산재 굴비에 대해 이마트가 운영하는 상품과학연구소에서 테스트한 결과 샘플과 제품이 상이하다는 결과가 나와 최종 불합격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품 테스트 결과 도덕성의 문제도 나왔거니와 고인은 신용불량자였다. 신용불량자랑 거래를 꺼리는 게 기업의 생리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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