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예스맨’ 사외이사 물갈이 예고…외풍·후보자 품귀현상 이중고

입력 2018-01-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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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권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목소리로 사외이사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입맛에 맞는 선임 기준을 분석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정부·정치권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관료·법조인·대학교수들이 대거 사외이사로 입성하는 외풍(外風)과 함께 독립성을 강조한 엄격한 선임기준 때문에 ‘정작 뽑을 사람이 없다’라는 구인난을 우려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5명 임기만료 =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 등 4개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5명이 올해 3월 주주총회 때 임기가 만료된다. 4대 금융지주사는 2014년 12월 금융위가 제시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준용해 사외이사에게 최초 2년의 임기를 부여한다. 이후에는 매년 연임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연임하더라도 KB금융지주는 5년, 나머지는 6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8월에 모범규준을 반영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 과정에서 사외이사 임기에 대한 규정은 사라졌다.

그러나 올 3월 주총을 앞두고 금융회사 사외이사 연임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고 견제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이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친(親)경영진 성향의 사외이사를 뽑아 경쟁자들을 배제한 채 이른바 셀프연임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금융사 지부가 3월 주총 안건 상정을 목표로 사외이사 후보를 내기로 한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노동조합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주제안’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KB노조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을 재차 상정할 예정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나눠먹기식 이사회 우려 = 금융당국이 현직 사외이사의 교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격 요건에 대해 구체화하면서 또 다른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의도처럼 사외이사 선출 과정에서 CEO의 개입을 제거할 수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권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관례적으로 친(親)정부 성향의 관료·법조인 출신 사외이사를 통해 금융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여기에는 현행 지배구조법과 금융사 내부규범에 명시돼 있는 사외이사 자격요건이 부실한 점도 문제다. 금융회사 사외이사는 최대·주요 주주의 특수관계인(직계존속·비속 포함), 경쟁·협력 관계에 있는 상근 임직원 등만 제한하고 있다. 또 내부 규범에는 전문성, 독립성, 책임성, 균형성 확보 등 추상적 기준만에 정하고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사외이사에 대한 비판은 자격 문제보다는 전문성이나 운영체계에 대한 문제점으로 봐야 한다”며 “자격요건을 강화하다 보면 사외이사 후보군이 더 줄어들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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