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기업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제조업 체감경기가 소폭 상승했으나 환율 불안, 글로벌 긴축기조, 통상마찰 우려, 북핵 변수, 노동환경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은 부정적인 전망을 지속했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21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8년 1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분기 전망치는 86으로 지난 4분기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기준치(100)를 넘어서진 못했다. 올해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대한상의 BSI는 100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아직은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대외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환율변동(5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긴축 기조(35.5%), 통상마찰 우려(28.6%), 북핵 리스크(24.7%) 등을 우려했다. 대내 요인으로는 노동환경 변화(68.8%)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답했고, 이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52.0%), 가계부채(14.7%), 에너지 믹스 변화(9.3%) 등을 꼽았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지난해 3%대 성장은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반도체와 수출 호조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2년연속 3%대 성장 굳히기를 이어가려면, 통상마찰·북핵리스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리스크 관리와 노동환경 변화, 환율변동 등에 대한 기업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온도차도 있었다.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95로 직전 분기(91)보다 4포인트 상승한 반면, 내수기업은 전 분기와 같은 84를 기록했다. 2016년 11월부터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증가세가 수출부문의 체감경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제주(113)만이 유일하게 기준치를 넘어서며 긍정적으로 경기를 전망했다. 이외에 충북(96), 경기(93), 대전(92), 서울(90), 부산(89), 전남(88), 경북(85), 전북(83), 강원(82), 인천(81), 광주(79), 충남(78), 경남(77), 대구(73), 울산(73) 등 다른 지역은 기준치를 밑돌았다.
제주상공회의소는 “한중간 관계개선이 물꼬를 틔우기 시작하면서, 중국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는 등 관광업계와 꾸준한 건설업계 기대감이 이번 지역 상공인들 전망에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업종별로는 식음료(101) 업종만 기준치를 넘었다. IT·가전(99), 기계(93), 철강(81), 정유·석유화학(79), 섬유·의류(79), 자동차부품(75) 등 주요 업종의 체감경기는 기준치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