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새해 들어서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부동산114가 내놓은 주간 시세 정보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월 첫째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남구와 송파구의 경우 1억원 가량 급등한 단지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서울 집값 상승세는 강남 지역에 국한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마포구와 성동구, 목동 등 다른 주거 지역으로 폭넓게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주 서울 재건축 단지의 상승률은 0.74%로 정부의 8·2 대책 발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압구정과 목동 등 사업 초기 단지도 호가가 높아지고 매물도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투기 수요가 줄었지만 서울 강남 등지의 매물이 더욱 큰 폭으로 줄어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내놓는 보유세만 하더라도 증세 대상이 일부 다주택자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고 세금이 오르더라도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는 이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 재건축 이슈와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쏠리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에 연달아 대책을 내놓던 정부도 당혹스런 모습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미 정부는 부동산 대책의 최종판이라고 할 수 있는 보유세 카드를 준비 중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밝히고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손질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보유세를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유세 인상은 올해 발표된다고 해도 내년 이후에나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강도 높게 적용하기에는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정부는 지난 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한 뒤 집값이 불안정해지면 실제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서울 강남지역은 1순위 후보로 통한다. 국토부가 새로 정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요건은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중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했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은 5 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 대 1을 초과했거나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들의 경우 오히려 ‘청약 로또’로 불리며 더욱 수요가 몰린 만큼 서울처럼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적용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는 이미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고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해 놓아 분양가 상한제도 피했다.
이 외에 가능한 대책은 이미 대부분 발표돼 적용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은 이미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등으로 묶여 있고 재건축 규제를 비롯해 청약 및 대출규제도 나와 있는 상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실상 이미 나올 규제방안은 다 나왔고 보유세 도입 정도가 남아 있는데 이 역시 최근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하지만 아직 시장을 속단하기 이른 만큼 정부로서는 양도세 중과 시행, 보유세 도입 시기까지 시장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