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학번 동기 뭉쳐 늦깎이 창업
소액해외송금 핀테크 스타트업
수수료·고객응대 시스템 차별화
생소한 사업에 투자자 찾기 난관
규제까지 겹치며 결국 호주서 첫발
잠재력 많은 시장… 정부지원 절실
핀테크 분야는 대표적인 신성장 산업인 동시에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기도 하다. 소액 해외송금업은 연간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성이 높지만 시중은행과 경쟁해야하는 만큼 진입장벽도 높다. 유중원 와이어바알리(WireBarley) 대표는 이러한 이중 장벽에 둘러싸인 소액해외송금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에 적지 않은 나이, 50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쩌면 무모해보이기까지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삼성전자 해외본부에서 쌓아온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라는 자산에 프리챌 창업 멤버였던 삼성물산 출신 윤태중 부사장, 호주에서 외화송금업체를 운영하며 관련 시스템·솔루션·운영노하우를 전수해줄 김원재 이사회의장 등 의기투합할 동료가 있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와이어바알리는 최첨단의 다양한 금융기법을 적용, 아시아 전역에 거주하는 외국인근로자, 유학생, 가족 등을 대상으로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온라인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경쟁사 대비 최대 70% 저렴한 수수료와 현지인 맞춤형 고객응대(CS) 시스템은 이곳만의 경쟁력이다. 지난해 4월 서비스 개시 시점부터 현재까지 호주법인이 베트남과 필리핀에 송금한 금액 규모는 호주달러 550만달러(약 46억 원), 건수는 1만건에 달한다. 월평균 송금액 증가율은 122%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선 핀테크 산업이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혔던 탓에 호주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했지만, 유 대표는 준비가 되는대로 한국에서도 조만간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는 호주 자매회사와의 영업통합과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송금액 3억5000만달러(약 3715억 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 핀테크형 해외송금서비스, 아직은 생소하다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금융기법으로 싸고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한 해외 송금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은행 수수료보다 싸고 송금 속도도 빨라 일찌감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각광받아왔다. 아시아를 비롯해 한국에선 출발이 많이 늦었다. 다행히 2016년 핀테크 업체도 심사를 거쳐 소액해외송급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정부 규제가 완화돼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시행하는 개정 외국환거래법에 맞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받은 국내 업체는 12개, 실제 서비스를 하는 곳은 2~3개 정도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업체는 개인 외화이체 서비스를 하는 일반 시중은행들이다. 일반적으로 해외로 송금할 때 최소 3개의 은행을 거쳐야 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고 은행 영업시간 동안에만 송금작업이 진행돼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와이어바알리의 서비스는 아이폰, 안드로이드용 앱 및 웹만으로 경쟁사보다 최대 70%정도 싼 비용으로 빠르게는 수분 내에 송금을 완료할 수 있어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
- 첨단 금융기법을 통해 수수료를 낮춘다고?
“우리가 쓰는 대표적인 송금방법은 국내와 해외 사이에 오갈 돈을 상계하는 방법으로 실제 거래없이 고객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네팅(netting)방식이다. 돈이 움직일 때마다 드는 원가절약 효과가 크다. 네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당발(아웃바운드), 타발(인바운드), 제3국간 거래가 다 가능한 네트워크를 우리는 모두 갖추고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해외송금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근거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마케팅 전략과 기술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3년 내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해외송금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 핀테크 업체를 통해 해외송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전성 등 보안, 손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은행전용결제망(스위프트)을 거치지 않는 만큼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게 암호화해서 보내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래도 은행만 이용해 온 고객들은 불안감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안전성이나 보안성 신뢰도는 우리가 넘어야 할 중요한 산이고 그걸 못 넘으면 이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현지언어로 대응하는 CS(고객만족)팀 운영이었다. 거래금액의 80%가 호주에 있는 베트남 현지 해외노동자가 본국에 보내는 돈이다. 그들 나라 언어로 응대해주다 보니 자연스레 신뢰도와 친근한 이미지가 더해져 현지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 40~50대 스타트업 창업이 눈길을 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86학번 동기 셋이 뭉쳤다. 호주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김원재라는 친구가 이민 생활을 오래 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호주에 와있는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젊은이들이 고생해서 번 돈을 송금하는데 은행에선 수수료를 많이 떼이고 불법 업체를 통해 송금하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목도했고, 저렴한 수수료에 안전하게 돈을 보내게 해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 사업을 제안하게 됐다. IT업종 창업 경험이 있는 부사장과 컨설팅 전문인 내가 힘을 모으게 된 계기였다. 핀테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잠재력이 많다는 장점도 있지만 글로벌 비즈니스가 중요한 핀테크 업계에 경험이나 노하우 운영이 풍부한 우리가 도전하기에 제격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또 가난한 금융소비자 99%를 위한 사업이다 보니 남다른 보람도 느낀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니 규제가 가장 난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다. 투자자들마저 규제 리스크로 꽉막힌 상황을 맞을 수도 있지 않느냐며 걱정의 눈초리를 보낼 정도였다.
KB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한 재무투자자그룹, 신세계그룹의 핀테크 관련 부문 전담 계열사인 신세계 I&C 등을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12억 원의 투자를 성사시키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핀테크 분야가 생소하다는 이유로 망설이는 곳들이 많았다. 가능성을 보지 않고 매출 등 성과가 나야 그때 투자를 하려는, 역설적이게도 전혀 벤처스럽지 않는 태도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 늦은 나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말씀.
“신중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되도록 성장 분야를 노크하는 것이 좋다. 연륜과 지혜를 기본으로 하되 열정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인드를 갖춰 신구간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