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물가 상승 흐름이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 강세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가 23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고, 가구와 화장품, 생활용품 등 각종 소비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설 대목을 앞둔 매년 1월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최저임금 후폭풍까지 불면서 외식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한 물가 인상 움직임을 적극 차단하기로 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전날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최근 물가동향에 대해 “2월에는 설도 있고, 물가 안정 차원에서 관심 갖고 무겁게 볼 필요가 있다”며 “당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 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해서 인상하는 부분은 컨트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인상 컨트롤 방법으로는 “과거처럼 옥죄는 방식은 아니고. 소비자 감시활동 등의 측면에서 해야 한다”며 소비자단체 차원에서 원가 분석을 통한 제어장치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외식업은 본점과 가맹점 관계인데 이에 편승해 (가격을) 인상하면, 본점에 대해 담합 등 공정거래 수단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간접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가맹본부에 대해 가격인상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외식물가는 전년 대비 2.4%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을 0.5%포인트 웃돌았다. 올해도 연초부터 외식업체들의 가격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한 불합리한 가격인상을 잡겠다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앞서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외식물가 등을 중심으로 체감물가에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가격 편승인상 방지를 위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편법행위 점검만으론 비용상승에 따른 물가인상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등 보다 현실적이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일선의 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식자재 등 원재료와 운송 등에 따른 부대비용이 일제히 올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후 청와대에서 올해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해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도록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