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뿐만 아니라 면역과 재생 분야에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온도 제어 기술을 활용해 사람을 살리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김건호 리센스메디컬 대표(37)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의료계에서는 기계적이거나 바이오, 화학, 유전자 기술을 응용한 치료법은 많지만 온도를 응용한 치료법은 발아 단계”라며 회사의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한 김 대표가 재작년 말 창업한 리센스메디컬은 세포 내 고속 정밀 열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급속 냉각마취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의료기기로 사업화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무약품 급속 냉각 마취 솔루션’은 이르면 내년부터 안과나 피부과 시술에서 적용될 새로운 기술이다.
눈 내린 겨울철에 눈싸움을 하다 보면 손이 얼얼해져 긁혀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저온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원리를 의료 부문에서 마취에 적용한 것이 ‘냉각 마취’다. 십수 초 내 고통 없이 이뤄지는 냉각 마취 기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운 기존의 마취 기술을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안과 시술에 적용할 경우 망막질환 치료에 앞서 안구에 직접 약품을 주사해 마취하는 IVT(안내주사요법) 마취를 대체할 수 있다.
국내와 미국에서 세포 내 열제어 분야를 10여 년간 연구해온 김 대표는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선구자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연구하던 시절 처음 냉각마취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사업화를 시도해왔다. 그는 “현지 지역 병원과 협업을 통해 동물 실험과 환자 임상을 진행해 유효성을 입증했다”며 “기술 디자인, 개발, 펌웨어, 전자회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설계했다”고 밝혔다. 2015년 제품 양산 단계에서 실패한 후 교수직을 제안받고 귀국해 리센스메디컬을 창업했고, 결국 제품 양산화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김 대표가 사업화한 열 제어 기술은 마취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앞으로 면역이나 재생 등 다른 치료 분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리센스메디컬은 6개월간의 냉각마취기기 임상시험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거쳐 미국 의료시장에 곧바로 노크한다는 계획이다. 임상은 안과에서 우선적으로 진행되지만 피부과, 치과에서의 수요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안과 시장 내 수요만 약 20조 원, 피부과 등의 수요까지 고려하면 타깃 시장은 약 30조 원 규모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현재 FDA 승인을 받은 냉각 마취 솔루션은 단 한 건도 없다. 리센스메디컬이 첫 주자가 돼 이 분야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