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가보지 않은 길’ 자율주행차ㆍ비트코인 그리고 반도체

입력 2018-01-09 11:06 수정 2018-01-0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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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자율주행차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특히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난관을 언급한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직접 운전이 더 안전해.”, “센서가 고장 나면 사고 난다.”, “기계에 목숨을 맡기고 도로주행 할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는 인간이 가보지 않은 길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운전을 기계에 맡긴다는 점에서 두려움은 더 크다. 그렇다면 정말 기계보다 인간이 더 운전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셉 카니안드라 전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 국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 콘퍼런스’에서 “교통사고 발생 원인의 90%는 운전자로 인한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안전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250만 건 수준이던 교통사고가 2040년 70만 건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가 일상화된 미래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옛날에는 사람이 직접 운전을 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해”라고.

#비트코인, 가상화폐(암호화폐).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다. 지난해 초 100만 원가량 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25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 너 나 할 것 없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이 시장이 투기판을 방불케 하자, 정부는 연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연말 28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뼈대로 한 투기 방지 대책을 발표, 현재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신규 개설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일반인들도 많다. 화폐로 인정받지도 못한 가상화폐에 거금을 쏟아붓는 게 못마땅할 수 있다. 가보지 못한 길인 탓에 의심은 커진다. 물론 지금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카지노의 칩처럼 여기는 투기꾼들도 많다. 가상화폐의 미래 역시 확실치 않다. 거품이 터지면 공중으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 사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는 말한다.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기존 화폐나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암호화한 화폐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가상화폐가 일상화된 미래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옛날에는 종이로 된 돈을 사용했다니, 관리하기 참 어려웠겠어”라고.

#1983년 고(故) 이병철 선대 삼성 회장은 일본 도쿄(東京)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상의 반응은 냉담했다. 인텔은 이병철 회장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꼬았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후 삼성그룹 몇몇 사장들이 당시 신임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가 크게 혼이 났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사업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선 지 35년째가 된 지금, 삼성전자는 인텔을 꺾고 반도체 시장 세계 1위에 당당히 올랐다. 반도체 사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일등 공신이다.

삼성 반도체가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된 지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삼성이 당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땠을까”라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도전 없이 이뤄지는 건 없다. 지금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열린 시각으로 미래를 내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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