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주범 손가락질 받던 화석연료, 美 한파·亞 제조업 성장에 수요 증가

입력 2018-01-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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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지적받으며 점차 사용이 줄어들던 석유와 석탄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최악의 한파와 아시아 제조업 성장에 에너지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번 겨울 미국은 북극을 능가하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6일 뉴햄프셔 주 마운트 워싱턴의 기온은 영하 38℃를 나타냈다. 체감기온은 영하 70℃ 가까이 떨어졌다. 매사추세츠 주 벌링턴과 버몬트 주에서도 체감기온이 영하 34.4도까지 내려갔다.

기록적인 추위가 미국을 덮치면서 난방을 위한 에너지 수요는 단기간에 급증했다. 발전 연료로 천연가스를 주로 사용하던 미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은 늘어난 수요를 채우기 위해 석유로 눈을 돌렸다. 매사추세츠 캐널 발전소는 50년 역사에 이례적으로 지난주 석유 발전을 시행했다.

매사추세츠와 메인·뉴햄프셔·버몬트·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 주에 걸친 뉴잉글랜드 지역은 평소 발전의 절반을 천연가스, 3분의 1을 원자력 발전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한파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다. FT에 따르면 이번 달 뉴잉글랜드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영국열량단위) 당 20달러(약 2만 원)에서 80달러로 4배 급등했다.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의 필그림 원자력발전소는 한파와 눈보라로 인해 가동을 중단했다. 석유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앞서 뉴잉글랜드의 천연가스 파이프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환경단체의 반대로 용량 증가가 무산됐다. 기존 천연가스 발전으로는 수요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온난화 문제로 꺼려온 석유 발전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포브스는 석유 발전은 천연가스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40% 많다고 전했다.

파이프라인산업그룹 INGAA의 대변인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용량 부족으로 뉴잉글랜드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 브라운스틴 환경보호기금(EDF) 기후 및 에너지 담당 부사장은 “몇 주간 수요 증가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정당화돼선 안된다”며 “오히려 가끔 석유를 더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반박했다.

아시아에서는 석탄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2016년 후반부터 아시아 지역의 강력한 제조업 활동에 화력 발전이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환경적인 이유로 화석 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있으나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는 화석 연료가 에너지 소비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발전용 석탄 수요가 늘었다.

BMO캐피털마켓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제조업이 활발한 아시아 주요 경제 대국에서 지난해 석탄 화력 발전이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천연가스 부족에 이번 겨울 석탄 화력 발전 증가를 허용했으며 수입 규제를 완화했다.

효율이 높아 선호하는 호주산 석탄은 6개월 전만 해도 톤당 80달러 선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톤당 103달러로 올랐다. 셜리 장 우드 맥켄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제한적인 공급 탓에 1,2월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우려 탓에 새로운 석탄 광산이 개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FT는 전했다.

이반 글라센베르그 글렌코어 최고경영자(CEO) “발전용 석탄이 다시 한번 아시아의 성장과 도시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수년 동안 과소평가됐지만 석탄은 또 다른 필수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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