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에 매출, 영업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고 할인행사를 강요한 롯데쇼핑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을 파기환송 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14년 3월 롯데쇼핑이 2012년 1~5월 35개 납품업체로부터 경쟁 백화점에서의 월별 매출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판촉행사를 강요한 후 협조하지 않을 경우 마진 인상, 매장 이동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파악해 45억7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롯데쇼핑은 매출 자료 수집은 보편적인 경제활동이고, 매출 자료 취득만으로 납품업체들과의 거래가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공정위가 납품 상품 및 임대료 전부를 기초로 해 산정한 과징금은 과도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 기준이 적법했는지 여부였다.
1심은 "협력업체들이 매출 자료를 제공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은 롯데쇼핑이 우월적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공정거래의 기반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유사한 사건의 행정 처분에도 불구하고 지속해 온 것으로 보여 다시 반복될 우려도 있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은 허용되는 재량권 범위 내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롯데쇼핑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경영정보 부당 요구는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부과 기준은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정보 요구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핵심은 힘의 차이를 부당하게 이용해 정보를 요구한 행위 그 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경영정보 부당 요구는 상품 대금 감액 행위와 구별되는 만큼 과징금 산정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며 "상품의 매입액을 과징금 산정기준으로 정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