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사기(砂器), 오지그릇(陶器), 질그릇(土器)

입력 2018-01-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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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식사를 마친 옆 탁자를 치우는 종업원들이 너무 거칠게 식기를 다루는 바람에 식기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귀에 몹시 거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을 차리는 모습도 가관이다. 마치 식기들을 내던지듯이 내려놓는다. 웬만큼 험하게 다뤄서는 안 깨지는 재료인 멜라민이나 실리콘 등을 사용하여 만든 그릇이다 보니 상차림이나 설거지를 조심성 있게 해야 할 이유가 없어져서 우리들의 식탁문화가 그처럼 험하게 변해 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그릇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뤘다. 조금만 험하게 다루면 깨지거나 이가 나가는 사기나 오지그릇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기는 ‘砂器’라고 쓰며 각 글자는 ‘모래 사’, ‘그릇 기’라고 훈독한다. 백운모나 석영, 장석 등 ‘가는 모래 가루’ 성격의 재료가 주성분인 고령도를 빚어서 만들거나 아예 석영이나 장석의 가루를 빚어서 만든 그릇이기 때문에 ‘모래 사(砂)’자를 써서 砂器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그릇들은 다 흰빛을 띠며 깨지면 다시 부서져서 모래로 돌아간다. 흰 빛깔의 사기에 비해 검고 탁한 색을 띠는 오지그릇은 흙으로 빚어 만든 그릇을 말린 후에 윤기가 나도록 바르는 잿물인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을 말한다. 한자로는 ‘陶器’라고 쓰며 ‘陶’는 ‘질그릇 도’라고 훈독하는데 흔히 옹기(甕器 甕:독 옹, 항아리 옹)라고 부르는 항아리 종류의 그릇이 바로 陶器인 것이다. 이에 대해 오짓물을 덮지 않은 질그릇은 ‘토기(土器)’라고 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의 토기가 바로 이런 그릇이다.

그릇은 내용물을 담기 위한 형식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중요하다. 음식을 먹는 일은 실질적인 내용이고 상을 차리는 일은 형식적인 예절이다. 식탁예절이 없이 차려진 음식은 사료에 불과하다. 형식이라는 이름의 그릇, 잘 다뤄야 한다. 그 형식이 다름 아닌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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