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소통(小通), 쇼(show)통, 소통(疏通)

입력 2018-01-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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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은 어느 시대이고 리더십의 급선무였다. 많은 리더들의 영고성쇠(榮枯盛衰)엔 소통이 늘 작용했다. 소통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모자라도 문제이지만 지나쳐도 문제다. 어떤 리더는 백성을 등한시해 동굴 속에 숨어 권위적이 되고자 몰락했다. 어떤 리더는 백성을 의식해 광장을 넘어 극장에 서고자 하면서 권위가 추락했다.

 먼저 소통(小通·커뮤니케이션의 양이 지나치게 작은 것), 밀실형부터 살펴보자. 리더가 직접 소통을 피하면 문고리 권력이 횡행한다. 리더가 메시지 없이 시그널만 날리면 각종 해석이 판친다. 문고리 권력이 설치며 리더의 권력에 기대,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하는 것이 공통 증상이다. 늘 자기들 마음대로 각종 해석과 주가 달린 참고서를 제시한다.

 진나라 2세 황제 호해가 대표적인 경우다. 공짜로 권력을 세습한 그는 “눈과 귀가 좋아하는 것은 남김없이 하고 싶고 마음속으로 즐기고 싶은 바를 끝까지 하고 싶다”고 대놓고 말한다.

 간신 조고는 이를 부추기고 3단계 조종작전에 들어간다. 다른 신하들과의 직접 접촉을 막고, 줄 세우기에 들어간다. 황제가 기분 좋을 때는 마음에 드는 신하에게 보고하게 하고, 기분이 나쁠 때는 밉보인 신하들을 들여보낸다. 보고 수락률이 달라지고 신하들은 조고에게 줄서기 위해 혈안이 된다. 다음은 편 가르기의 확인 단계다. 사슴을 말[馬]이라고 지칭, 틀린 줄 알면서도 무조건 충성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로 편 가르기를 해 국권을 맘대로 흔든다.

 다음으로 쇼통(show), 극장형의 경우다. 이에 해당하는 인물은 노나라 대부 계손씨다. 그는 공자의 제자들을 비롯해 당대의 명망가들과 교유했다. 말하자면 각계 지도자들과 만나고, 공손하게 자문했으나 최후가 좋지 못했다. 그 이유를 공자의 제자 안탁취는 이렇게 해석한다.

 “옛날 주나라의 성왕은 광대나 난쟁이를 거느리고 향락에 탐닉했습니다. 하지만 정무를 처리할 때는 군자와 의논했습니다. 계손은 반대였습니다. 예의를 갖추고 만나는 손님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나 정무를 광대나 난쟁이와 의논을 했습니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상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게 된 것입니다.”

 누구와 만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의논 상대자를 누구로 삼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겉으로는 명망가, 오피니언 리더와 교유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은 밀실에서 맘에 드는 사람과 하는 이중성은 소통이 아니라 쇼통이다. 누구에겐가 착함을 보여주기 위한 ‘척함’은 바닥이 보이게 마련이다.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박수갈채 받기를 목표로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홍보다.

 반대파와도 부딪혀 합의를 도출하는 게 소통이다. 많은 리더들이 스스로는 소통을 잘한다고 하는데 구성원들은 고개를 도리질한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비즈니스 전문가 1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 임원 가운데 86%가 스스로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작 17%만이 효과를 본다”고 한다. 양적으로 퍼붓는 것을 질적 소통으로 오해하는 데서 빚어지는 결과다.

 소통(疏通)의 소(疏)의 자원(字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곡식이나 긴 물건 따위를 성기게 묶는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아이의 다리가 벌려져 사이가 성겨진 모습이다. 공통점은 성김과 트임, 즉 개방성과 수용성이다. 소통(小通)이 물샐틈없이 막는다는 점에서 불통이라면, 소방호스처럼 들이붓는 것은 외통이다. 묵묵부답 침묵강산도 문제이지만, 일사천리 박수강산도 문제다. 쌍방통행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소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지지자들과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싫은 사람들과 쓴소리도 나누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소통(小通)도, 쇼통도 아닌 수용과 개방의 진정한 소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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