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럽연합(EU)의 조세 회피처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EU는 이달 말 ‘조세 비협조지역(Tax Non-cooperative jurisdiction)’ 블랙리스트에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제외할 계획이라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서류에 따르면 EU 경제재정이사회 산하 행동규범그룹(Code of Conduct working group)은 한국과 UAE 파나마 몽골 바베이도스 마카오 튀니지 그레나다 등 8개 국가·지역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행동규범그룹은 이들 8개 국가·지역을 ‘그레이 리스트(Gray List)’에 남겨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47개 국가·지역이 그레이 리스트에 있다.
EU 28개 회원국 대사들이 오는 18일 해당 권고안을 논의하며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행동규범그룹은 바레인을 제외시키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결국 잔류시키기로 했다. 이에 EU의 조세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에는 바레인을 포함해 미국령사모아와 괌, 마셜제도공화국, 나미비아, 세인트루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9개 국가·지역이 남게됐다.
앞서 EU는 지난달 역외 17개 국가·지역을 조세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EU는 다국적 기업과 개인의 조세회피를 촉진하는 불투명한 관행에 맞서고자 수개월에 걸친 선별과 협상을 통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EU는 당시 한국 정부가 외국인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조세혜택을 주는 것이 유해한 차별에 해당하며 이를 개정하거나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없었다고 한국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한국 정부가 EU 측과 여러 차례의 접촉을 통해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블랙리스트 초안에 포함된 터키 등 여러 국가가 투명성을 제고하고 평가대상이 되는 세제혜택을 없애겠다고 약속하는 등 EU의 압력에 굴복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유럽기업들의 해당 국가·지역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시민운동가들이 EU의 블랙리스트 축소에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나마 페이퍼스’로 조세회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파나마가 제외된 것은 큰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 EU 관리들은 블랙리스트의 목적은 해당 국가와 지역이 더욱 투명하게 조세 행정을 펼치도록 설득하는 것이며 명단 축소는 더 많은 국가가 변화에 동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