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일본 소령 사카이 다다히로(酒井忠恕)가 프랑스어로 된 군사책을 번역하면서 ‘renseignement’를 ‘적정보고(敵情報告)’로 번역했는데, 그 ‘적정보고’를 줄여 쓴 말이 ‘정보(情報)’다. 요컨대 ‘적정보고’란 적군의 정세를 염탐해 상부에 보고한다는 말이니, 오늘날 우리가 쓰는 정보, 자료, 뉴스, 안내, 보도 등을 뜻하는 ‘정보(information)’와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나는 보통 하루에 삼분의 일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 생활하는 게 일상화됐지만, 내가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번역이나 논문투고, 글쓰기, 수업준비나 강의와 관련된 한글문서 작업이 대부분이다. 물론 인터넷 사전이나 야후재팬, 구글 등을 이용해 일반적인 개념정의나 용어 설명 등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도 있고 내 연구 분야의 공개된 정보를 앉은 자리에서 손쉽게 얻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다.
인터넷 정보는 자기만족 정보가 대부분이다. 가치 있는 정보는 인터넷상에 그냥 흘려보내지도 않고, 흘러다니지도 않는다.
참 정보는 말 그대로 내가 상대에게 쏟은 정(情)에 대한 상대의 보답(報)이다. 다시 말해, 내가 상대에게 베푼 배려와 정성만큼 상대가 우정과 감사의 답례로써 가치 있는 정보를 내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내 인사이동 같은 1급 인사정보, 분식회계정보, 회사 매각 뉴스, 재판 판결 결과, 돈벌이 요령이나 주식투자에 도움이 되는 알짜정보 등을 대체 누가 인터넷에 거저 띄우겠는가?
내게 필요한 가치 있는 정보는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공과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가면서 상대와 직접 만나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그런 정보가 생명력 있는 참 정보다.
그러므로 세상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자. 행운과 정보는 사람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참 정보나 행운과 맞닥뜨릴 확률도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 부자보다는 사람 부자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