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살모사(殺母蛇)

입력 2018-01-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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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전주에서는 친아버지가 딸의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이 벌어져 아직도 수사 중인데, 용인 일가족 살인 사건의 범인이 친어머니의 재산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이었음을 자백했다. 섬뜩한 사건들이다. 어머니의 재산을 뺏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어머니를 비롯한 일가족을 죽이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결국은 잡혀와 처음엔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거짓말까지 하다가 마침내 계획적 범행이었음을 자백한 이 사건 앞에서 치를 떨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살모사라는 뱀이 있다. 원래는 살무사였는데 언제부턴가 ‘죽일 살’, ‘어미 모’, ‘뱀 사’를 사용하여 ‘殺母蛇’라고 쓰고 ‘어미를 죽이는 뱀’으로 해석함으로써 그만큼 지독한 냉혈동물로 여겨왔다. 그러나 살모사는 어미를 죽이지 않는다. 살모사는 태생(胎生)을 하는 다른 뱀들과 달리 난태생(卵胎生)을 한다. 즉 체내 수정을 하여 새끼가 어미의 배 안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어미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지 않고 수정란 안의 난황(卵黃)을 영양으로 삼아 부화하여 어미의 몸 밖으로 빠져 나옴으로써 탄생한다.

 살모사는 한 배에서 10마리 정도의 뱀을 부화해 내놓는데 이러한 부화의 출산 과정을 치르고 나면 어미는 지쳐서 마치 죽은 듯이 한동안은 움직이지도 못한다. 이러한 현상을 본 사람들이 새끼가 태어나면서 어미를 죽였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살모사(殺母蛇)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살모사라는 이름을 가진 뱀도 실은 새끼가 어미를 죽이는 게 아니라, 어미가 죽을 정도의 힘을 들여 새끼를 태어나게 할 따름인데 사람은 자식이 어머니를 죽이고 부모는 자식을 죽도록 학대하고 방치한 다음에 시신을 암매장하는 만행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살모사만도 못한 인간의 모습에 치가 떨린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처럼 비정하고 악독해졌을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따뜻한 정이다. 인간적인 따뜻한 정을 서로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인문학 교육의 강화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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