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 칼럼] 희망과 운은 전략이 아니다

입력 2018-01-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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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는 충분히 현실성, 시장성, 실현성이 있는 아이디어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시장이 원하는 해결책으로 전환돼 상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되고 벤처로 성공하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벤처의 성공과 실패를 운(luck)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인적·금전적 자본이 취약한 벤처라는 특성상 운이라는 요소에 더 민감할 수 있고 실제로 운이 결정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벤처를 진행하는 사람들조차 ‘이러다 잘 풀리겠지, 운이 닿는 기회가 있겠지’ 하며 이런저런 희망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간 크고 작은 스타트업을 접한 사람으로서 스타트업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희망과 운은 벤처 전략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영화 ‘터미네이터’, ‘아바타’, ‘타이태닉’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유명한 말이 있다. “막연한 기대는 전략이 아니며, 운은 기대야 할 요소가 아니며, 두려움은 옵션이 아니다(Hope is not a strategy, Luck is not a factor, Fear is not an option).” 벤처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충고라고 하겠다.

 희망과 운이라는 요소를 벤처 전략에 넣지 않기 위해서, 실패라는 위험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행돼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제시할 솔루션이 필요한 잠재 수요에 대한 실증 테스트이며, 작은 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많은 시나리오와 시장이 실증하는 방향으로 추동(推動)할 수 있는 의지와 수행이다.

 작은 규모로 시행 상품을 만들고 빠른 피드백을 활용한 검토를 통해 실제로 시장이 무엇을 어떤 형태로 요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전면적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먼저 가장 단순한 형태의 구현(具現)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눈과 손을 통해 반응을 점검하며 크고 작은 이슈를 찾아내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 이게 실제 상황이라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찌 대응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며 어떤 어려움이 있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대한 다양하고 무수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이 필요하다. 이것은 사업계획을 짜는 게 아니라,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수한 요인과 상황을 가설로 세우고 그 가설을 증명하거나 기각하면서 가설 간의 인과관계에 초점을 두어 사업의 난점과 기회를 찾아내 대응하는 방법이다.

 흔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위험 부담 성향이 더 큰 사람들이 창업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연구를 보면 긍정적 태도와 위험부담 성향은 벤처의 성공과 절대로 정(正)의 관계가 아니다. 무조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은 무엇이 어찌 되었을 때 어찌 된다는 가설이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가설이 없으니 가설 측정도, 시장을 통한 가설 분석도 정교해지기 어렵다. 당연히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

 일을 이렇게 하는 창업자들은 사실 펀딩을 받기도 더 힘들다. 펀딩은 최상의 아이디어와 최상의 기술로 제품을 구현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뭐가 어떻게 돼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가설의 시장 검증을 통해 보여주었을 때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런 노력에 집중할 때 시장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나올 확률이 더 크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 점을 짚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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