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세에 건설업계 ‘빙긋’
지난 해 말부터 이어지는 국제 유가 상승세에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가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건설 수주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16일 기준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70.26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물 가격 역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64.81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 감산 합의를 둘러싼 우려를 완화해 유가 상승세가 연장되며 7거래일 연속 올랐다. 달러 약세 역시 유가상승에 기여했다.
이같은 유가상승세는 우리 건설업계에는 호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동 지역을 필두로 플랜트 발주물량이 늘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건설업계의 연간 해외 수주액 중 60% 이상이 플래트에 의존하는 만큼 플랜트 발주물량 확대는 건설업계의 실적확보 차원에서 긍정적 신호다.
실제로 국제 유가와 우리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실적간의 상관관계는 몹시 크다. 국내 건설업체의 연도별 해외수주 실적을 보면 2010년엔 716억달러를 수주하며 최고치를 찍었지만 2017년(11월 기준)에는 226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2013년 652억달러, 2014년 660억달러를 기록하던 실적은 2015년 461억달러로 급감했고, 2016년엔 282억달러로 2006년(165억달러)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유가의 흐름과 유사하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라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 해부터 미뤄진 프로젝트, 하반기에는 중동과 동남아 지역 중심으로 발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 건설업계가 기대감을 드러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가상승이 건설업계 수주로 이어지려면 유가가 급등락을 하지 않고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유가가 어느선까지 오르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존 해외수주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배럴당 90~100달러 수준까지 오르거나 배럴달 70달러를 1분기 이상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유가상승 랠리가 조만간 꺾일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일관된 유가 상승 추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며 올해 WTI 기준 국제유가 레인지(range) 상단을 기존의 배럴당 70달러로 유지한다”면서 “최근의 유가 상승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유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구성헌 기자 carlov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