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뜻하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유통업 규제를 앞둔 가운데 근로환경 개선을 정책 과제로 내건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자유로운 온라인 유통업체로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자녀를 둔 남직원을 대상으로 한 ‘남성 육아 참여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직원을 대상으로 휴직 후 3개월간 통상임금 전액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본인의 통상임금과 정부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최대 150만 원)의 차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또 자녀를 출산하게 된 남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출산휴가(7일)를 포함해 최대 1개월(30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육아월’ 제도도 도입한다. ‘육아월’ 제도 사용 이후에도 남직원들이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달간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든다. 2시간 늦게 출근하는 아침형과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저녁형으로 나눠 직원들이 각자 육아 환경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1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도입 1년을 맞아 남성 육아 휴직자는 1000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남성직원의 배우자가 출산하면 1개월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간다. 휴직은 근로자의 별도 신청 없이 1개월간 자동으로 시행되며, 소득 감소 등을 이유로 휴직을 기피하는 경우가 없도록 휴직 기간 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통상 임금 100%를 보전해 준다. 롯데는 남성 육아 휴직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롯데 대디스쿨’도 운영해 육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휴직 기간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돕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주 35시간 근무는 유럽과 해외 선진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근무 형태로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보다 5시간 적다. 신세계 임직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세계는 특히 기존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인상 역시 추가로 진행하는 등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