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재계 복귀 신호탄으로 인수한 성지건설의 경영진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4일 성지건설과 업계에 따르면 두산가 '형제의 난'이후 두문불출하며 지난달 말 성지건설을 인수한 오는 21일 예정된 성지건설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두 아들을 비롯한 최측근들을 등기이사 및 사이외사로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7일 성지건설 지분 24.4%를 730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까지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년 7개월만에 재계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추천 인사로 가장 관심을 끄는 이들은 박 전회장의 장남인 경원씨와 차남인 중원씨가 등기이사로 추천된 것이다.
장남인 경원씨는 두산건설 영업사업본부 상무와 전신전자 대표 등을 지내다 2006년 경영권에서 물러났다.
차남인 중원씨는 두산산업개발(현재 두산건설) 영업사업본부 상무를 지내다 두산그룹에서 퇴출된 이후 지난해 3월 코스닥업체인 뉴월코프를 인수해 8개월 정도 경영한 후 경영권에서 손을 뗀 상태다.
두 형제는 박 전회장과 함께 두산그룹과 결별한 이후 코스닥 기업을 경영하며 독자 사업 도전에 나섰으나 각각 경영권에서 물러선 이후 다시 성지건설 이사로 재계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산건설 상무를 지낸 윤양호씨도 등기이사 후보에 올랐고 권영진 현 성지건설 대표와 성지건설 사주인 김홍식 회장의 아들인 김희준 씨가 등기이사로 추천됐다.
한편 박 전회장의 한국야구위원회(KBO) 회장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이상국씨가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그러나 권영진 대표와 김희준 이사는 현재 박용오 전 회장측이 실사중임을 감안해 추천한 것으로 실사가 종료되고 본계약이 체결돼 인수잔금 납부가 완료되면 박 전회장측은 임시주총을 열어 새로운 등기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전해진다.
박용오 전 회장이 등기이사 자리에 앉을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두 아들이 이미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 박 전 회장은 굳이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성지건설의 주식지분 5.11%를 보유중인 '장하성펀드'는 박 전회장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다소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에 언급한 임원 선임과 관련 장하성펀드는 성지건설 주주들에게 보낸 위임장 권유 서한에서 "과거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련됐던 박용오씨의 행적을 볼 때 성지건설 경영권 인수는 기업투명성과 주주가치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장하성펀드 측은 이와관련 "박경원, 박중원, 윤양호 후보는 과거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으며, 이상국 후보는 대주주가 된 박용오 씨의 과거 부하직원으로서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어 반대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