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의 통상 브리핑] 한·미 세탁기 분쟁 3라운드 이후

입력 2018-01-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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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한·미 통상 현안이 심상치 않다.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시작되었지만, 우리 업계의 관심은 양국 간 통상 마찰을 빚고 있는 철강, 태양광, 세탁기 등 주요 품목에 쏠려 있다. 특히 세탁기의 경우 작년 11월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우리 기업들이 수출하는 가정용 대형 세탁기가 미국 내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정해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절차를 밟고 있다. 연간 120만 대 이상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데, 1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아 있다. 특히, 트럼프의 으름장으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는 와중에 뒤통수를 맞아서 우리 업계의 아픔은 더 크다.

 미국과의 세탁기 분쟁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모 과장이 2006년 미국 회사 상무로 영입되면서 시작됐다. 모 상무는 회장님께 한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제동을 걸면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건의한다. 통상 관료 출신으로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통상규범을 활용해 회장님의 마음을 사려 한 것이었다.

 1라운드는 특허분쟁이었다. 2008년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미국 특허를 침해했다고 ITC에 제소되었다. 대부분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판정이 나자, 이를 정치문제로 비화시켰다. 당시 미 의회에서는 갓 타결된 한·미 FTA 비준 여부가 논의되고 있었는데, 모 상무는 특허 패소의 부당성을 주장하여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만 심어주었다.

 2라운드는 반덤핑·상계관세 분쟁이었다. 미국 회사는 2011년 상무부에 우리 기업들을 제소했고, 미국 내 산업 피해가 인정되어 반덤핑·상계 관세가 LG전자(13.2%), 삼성전자(9.29%)에 부과되었다. 2013년 우리 정부는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하였고, 작년 초 WTO 상소기구는 표적 덤핑과 제로잉 방식을 묶어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WTO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하면서 우리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분쟁은 여기서 일단락되지 않았다.

 지금 3라운드는 우회 수출 분쟁이다. 우리 기업들이 세탁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자, 미국 회사는 중국산 세탁기에 대해 제소하여 작년 초 최대 50%의 반덤핑 관세율 최종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편승하여 기세가 등등해져 오히려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세월이 흘러 모 회장님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소문이 자자하다.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를 쫓아다녔고, 지금도 트럼프 행정부 제조업 자문단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십중팔구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것이다. 세탁기는 이미 정치 이슈가 되어 있어 미 행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다.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은 WTO 제소뿐이다. 다만, 그 전에 미국 기업이 생산하지 못하는 프리미엄 제품은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없으므로 세이프가드에서 제외되도록 계속 요청하고, 우리 업계가 희망하는 쿼터량(TRQ)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미 세이프가드가 다른 품목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이 1월부터 가동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LG 공장도 연내 준공해 최소한 2000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잘 홍보해야 한다. 제품 경쟁력의 열세를 통상규범으로 만회하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세탁기 분쟁을 이제는 매듭지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잘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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