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애플 떠나도 가상화폐 덕에 방긋

입력 2018-01-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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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실적 발표, 가상화폐 채굴 전용 칩 매출 비중 확대될 전망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는 TSMC가 가상화폐 광풍에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타/AP연합뉴스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는 TSMC가 가상화폐 광풍에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타/AP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가 발표하는 분기 실적에서 주목할 점은 애플의 기여도가 아닌 가상화폐 채굴 수요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만 TSMC는 애플의 최대 반도체 공급업체이자 애플을 최대 고객으로 둔 기업이다. 현재 TSMC는 애플이 위탁하는 전체 반도체의 5분의 1을 생산한다. TSMC가 실적을 발표하면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아이폰 수요의 척도를 가늠할 정도다. 그런데 18일(현지시간) TSMC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이 달라졌다고 17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TSMC가 발표하는 실적에서 가상화폐 채굴 수요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불어 닥친 가상화폐 광풍에 채굴 수요도 늘어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영향으로 채굴 전용 칩을 생산하는 TSMC의 매출이 급증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1400%가량 올랐다. 노무라증권의 애론 정 애널리스트는 “채굴업자들이 TSMC 전체 매출에 이바지하는 비율은 기존 5%에서 올해 10%로 두 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콩 기반 샌포드C.번스타인앤컴퍼니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3분기 TSMC가 가상화폐 관련 칩 생산으로 창출한 매출은 3억5000만~4억 달러(약 4277억 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 분기 전체 매출의 약 4~5%에 해당한다.

물론 TSMC가 지난 1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플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스마트폰 붐이 일어나고 애플이 승승장구하면서 TSMC는 동반 수혜를 입었다. TSMC의 주가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69% 상승했고, 작년 한 해만 26.4% 올랐다.

그러나 TSMC를 성장케 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오포, 비보, 샤오미 같은 중국 현지 업체들의 성장도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둔 TSMC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TSMC가 애플이 아닌 가상화폐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만 CL증권의 세바스티안 후 애널리스트는 “TSMC에게 가상화폐란 콜옵션과 같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콜옵션은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정한 권리행사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데 현재 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높으면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가격이 하락해도 손실을 계약 당시 지급한 프리미엄에 한정할 수 있다. 후 애널리스트는 “내일 채굴 수요가 사라지더라도 TSMC의 투자 전망에는 영향이 없다”며 “그런데 채굴 수요가 늘어나면 TSMC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샌포드C.번스타인앤컴퍼니의 리 애널리스트는 “TSMC가 체감하는 채굴 수요는 애플의 아이폰 새 모델을 하청받는 정도와 비슷할 것”이라며 “차이점이라면 아이폰 새 모델이 성공하려면 엄청난 혁신과 마케팅을 요구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그런 노력이 필요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상화폐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위험도 상존한다.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KGI증권의 벤자민 창 애널리스트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올해 가상화폐 관련 칩 수요가 스마트폰용 칩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나는 가상화폐 수요가 지속할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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