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대통령 취임 1년] 트럼프 ‘미국우선주의‘ 약발…시총 세계 1위 애플이 움직였다

입력 2018-01-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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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향후 5년간 미국에 3500억 달러 기여…380억 달러 세금 내고 300억 달러 투자”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기술기업 CEO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기술기업 CEO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기치를 내걸고 무섭게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기업들에 먹혀들고 있다. 미국 대선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 애플이 대규모 납세와 투자로 화답하고 나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 세제개혁에 힘입어 해외 보유 현금 대부분을 미국으로 송환해 일회성 세금으로 380억 달러(약 41조 원)를 내고 향후 5년간 미국 사업 확대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쿡 CEO는 “우리는 미국 창의력의 힘을 굳게 믿고 있다”며 “우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 준 우리나라(미국)와 국민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35%에 달하는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애플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애플도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해외 현금을 송환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다가 작년말 미 의회가 논란 끝에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달 통과된 미 세제개편법에 따르면 해외 보유 현금을 송환할 경우 한시적으로 세율을 15.5%로 낮춰준다. 또 법인세 최고세율도 기존 35%에서 21%로 낮아졌다.

애플이 낼 것이라고 밝힌 추정 세금 380억 달러는 15.5%의 세율을 적용할 경우 송환액이 2450억 달러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사실상 애플이 해외에 보유한 현금 거의 전부를 들여오겠다는 뜻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9월 기준 해외 보유 현금이 2523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애플이 보유한 현금의 94%로 미국 기업 중에선 최대 규모다. 애플은 “송환세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또 애플은 “제2의 본사를 건설하고 새롭게 2만 명 이상을 고용하며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는 등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경제에 앞으로 5년간 3500억 달러 이상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객 지원에 초점을 맞추게 될 제2본사는 현재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와 다른 곳에 세울 계획이다. 애플은 아직 새 사옥 위치를 결정하지는 않았으며 올해 하반기에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미국 내 직원 수는 8만4000명이다. 데이터센터 확충에는 100억 달러가 투입된다. 지난해 5월 출범한 US첨단제조펀드 규모는 기존의 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늘린다. 이 펀드는 이미 아이폰 스크린을 제조하는 유리업체 코닝과 아이폰X의 증강현실(AR) 카메라 시스템 관련 부품 생산업체 피니사 등 애플 공급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애플의 이같은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 중 핵심인 대규모 감세를 실행에 옮긴데 따른 보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미국 대신 해외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고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어 본국의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에서 애플의 아웃소싱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애플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쿡 CEO는 지난해 미국에 공장 3개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애플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미국 공급업체가 9000곳이 넘는다”며 “50개 주에 이들 기업이 있으며 애플의 핵심 제품은 이들이 공급하는 부품과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거듭 강조했다.

감세에 따른 대규모 투자나 임금인상 계획 등을 밝힌 기업은 애플만이 아니다. 월마트는 지난 11일 “종업원 최저임금을 2월 초부터 기존의 시간당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못 받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최대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6만 명 직원에 대해 1인당 약 2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발표에 대해 이날 트위터에 “나는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다시 막대한 돈을 송환하도록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감세 결과에 애플이 따른 것을 보니 너무 좋다. 미국 노동자와 미국을 위한 위대한 승리!”라고 환영 메시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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