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대통령 취임 1년] 재벌 출신 대통령, 경제 성적표는

입력 2018-01-18 10:34 수정 2018-01-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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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만큼은 오바마 정부 능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버락 오바마 전 정권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지난 1년간 미국 경제를 설명하는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날의 성과에 더해 올해 전망도 장밋빛이다.

트럼프 정권 취임 1년 간 주식시장은 호황을 구가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작년 한 해 25% 상승했다. 주가 상승을 이끈 대표적인 요인은 세제개편에 대한 기대였다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주효했다. AT&T, 보잉, 월마트 등 대기업들은 법인세 인하에 따른 감세 혜택을 직원들과 나누겠다며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임금 인상을 공언하는 등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제개편의 영향으로 올해 실업률은 감소세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 68명을 대상으로 지난 5~9일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의 GDP 상승률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13%로 추정했다. 이는 2015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동시에 오바마 전 정권에 비해 장기 경제 전망도 개선됐다. 1년 전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부 마지막 해의 금융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경제 성장은 중립 혹은 부정적 의견을 냈다. 장기 성장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장기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중립적으로 수정했다.

고용 시장도 안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작년 12월 미국 실업률은 4.1%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역시 오바마 전 정권을 뛰어넘는 성과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반이면 실업률이 3.9%로 떨어지고, 12월 말에는 3.8%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일손 부족 현상에 일자리 증가율 속도는 소폭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비농업 부문 고용은 오바마 정권 때인 2016년에는 월평균 18만7000건 늘어났다. 트럼프 정권 출범 첫해인 작년에는 월평균 17만1000건 증가했고, 올해에는 작년보다 한층 더뎌져 월 평균 16만5000건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 호조에 힘입어 1년간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돼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올해 미국의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작년 10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6.2% 각각 상승했다. 이달 20대 대도시 주택가격도 전월 대비 0.2% 올랐고 전년 대비로는 6.4% 상승했다.

견고한 노동시장, 긍정적인 경제 성장률에 더해 인플레이션 지표도 호조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이는 작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물가 지표까지 가세하면서 지난해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와 고용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낮은 물가가 금리인상을 제한하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물가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 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6일 “이미 견고한 경제 상황에 더해 세제개편으로 경기 부양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연준은 반드시 올해 3차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GDP 성장률은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감세는 향후 3년간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오바마 정권을 뛰어넘는 트럼프의 경제 성적표를 미 언론과 전문가들이 충분히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트럼프와 적대적 관계였던 뉴욕타임스(NYT) 조차 “미 재계에 낙관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새 공장 설립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위스계 증권사 UBS의 마이크 라이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선 전에 나는 규제 완화와 감세를 외치는 트럼프의 주장을 의심했다”며 “그러나 세제개편법이 통과되면서 우려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는 경제 부문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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