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shutdown ·부분 업무정지) 위기까지 가져온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문제가 ‘마리화나 합법화’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 국경장벽건설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셧다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오는 19일(현지시간)까지 미 의회가 예산안 지출 승인을 통과하지 못하면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방정부는 일시 업무중지 사태를 맞는다. 민주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반대하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동시에 ‘다카(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제도)’를 먼저 타결해야 예산안에 협조하겠다는 태도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원하는 다카 대체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예산안에 포함해달라고 협상에 나섰다.
그런데 멕시코 국경을 강화하는 방법은 180억 달러(약 19조2510억 원)가 들어가는 국경 장벽 건설이 아니라 마리화나 합법화라고 17일 미 IT 매체 쿼츠가 분석했다. 국경 장벽을 예산안의 볼모로 두지 말고 해법을 마리화나에서 찾으라는 주장이다.
멕시코는 남미 최대 마리화나 생산국이다. 멕시코는 마리화나 재배, 유통 합법국이 아니지만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재배하고 유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에 형성된 마리화나 밀반입 규모는 막대하다. 작년 한 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적발된 마리화나 밀반입 규모만 86만1000 파운드(약 390kg)에 달한다.
미국이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밀반입 규모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굳건하게 형성된 지하경제가 약해지는 셈이다. 물리적인 장벽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범죄율 감소에서 도움을 준다고 쿼츠는 진단했다. 작년 말 이코노미칼저널에 실린 논문이 이 같은 주장을 입증했다. 에브리나 가브릴로바 경제학자, 플로리스 조트만 경제학자, 가마다 타쿠마 사회학자가 공동으로 연구한 ‘마리화나 합법화가 멕시코 밀매 조직 무력화에 끼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 하면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 내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범죄율이 12.5%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들은 마리화나 합법화가 이루어지면 밀수 거래 업자들이 씨가 말라 밀거래로 배를 불리는 조직 폭력배들의 힘이 약해진다고 가정했다. 이들은 의학용으로 합법화된 미국 주의 범죄율을 1994~2012년 기간으로 설정해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범죄율 감소 효과는 국경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주 의회에서는 속속 기호용 마리화나 재배·소지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올해 1월부터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됐다. 최근에는 버몬트주에서는 하원이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는 29개이며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는 버몬트주까지 포함하면 9개다.
그러나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은 마리화나 합법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작년에 세션스 장관은 의회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주 정부의 결정에 연방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콜 메모’를 폐기해 미국 주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