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체금리 인하 사전조율 없었다”… 차주, 도덕적 해이도 우려

입력 2018-01-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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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연체 차주들의 빚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체시 은행들이 부과하는 가산금리를 큰 폭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정작 시행 주체인 은행권과는 사전에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8일 취약·연체차주 지원을 위해 은행 연체 가산금리를 현행 6~9%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기간에 따라 1~3%포인트씩 부과할지, 기간에 무관하게 3%포인트씩 일괄 부과할지는 은행이 알아서 하면 된다” 며 “다만 3%포인트를 초과해 연체가산금리를 매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기존 금융당국이 은행 연체가산금리(6~9%포인트)를 3%포인트 정도 낮춘다고 말을 해온 만큼, 연체기간에 따라 3~6%포인트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포인트 초과 금지로, 당국이 그동안 밝혀 온 것보다 연체가산금리 인하폭이 컸다는 것이 은행권 입장이다. 특히 시중은행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권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유감이란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여신담당자는 “그간 최종구 위원장 등이 연체가산금리를 지금보다 3%포인트 수준 낮춘다고 해서 연체가산금리가 3~6%포인트로 될 줄 알았다”며 “당국이 연체관련 자료는 은행에서 받아갔지만, 3%포인트로 제한을 둔 것은 당일 발표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우선 추진 과제’를 발표한 뒤 소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선진국 수준으로 2~3%포인트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에 주기적으로 여신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이들 모두 연체가산금리를 3%포인트 상한을 두는 지난주 발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연체금리 인하로 수익성 타격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체부담 완화로 기존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연체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다 보니 기존 정상적인 차주들이 연체자로 전이될 위험이 있을 것”이라며 “연체율이 올라 건전성이 안 좋아지면,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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