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돌직구] “회수환경 나쁠수록 모험자본 힘 잃어…‘舊株펀드’ 보폭 넓혀야”

입력 2018-01-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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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VC란 함께 ‘벤처 모험’ 탑승한 부조종사 단순 투자행위 떠나 사회문제 해결 일조 2012년 창업, 5년 만에 자산 2046억 운용 20년간 벤처육성 정부지원 큰 버팀목 회수시장 선택폭 좁은 건 국내시장 한계 I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3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역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3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역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벤처투자란 좁게 보면 투자이지만, 더 나아가면 투자라는 행위를 통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는 일입니다. 좋은 인재를 찾아서 그들이 탄 로켓에 연료를 주입해주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부조종사(co-pilot)와 같은 일이지요.”

 이달 초 경기 성남 판교 본사에서 만난 유승운(46)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업의 사명을 이같이 표현했다. 겉만 번드르르한 말이 아니다. 새해가 밝자 케이큐브벤처스 임직원을 모아 가장 먼저 한 일이 벤처캐피털(VC)로서의 비전과 미션을 다잡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모든 기업은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의 갖가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기업이 필연적으로 사회경제적 존재라면, 그 기업의 동반자가 되는 VC의 일도 사회경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유 대표의 신념이다.

 -대기업(LG텔레콤)을 뛰쳐나와 당시엔 생소했던 VC업계에 몸을 담은 지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간 업계의 성장과 커리어를 함께했는데

 “1999년 당시 잘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엑셀러레이터를 한다고 했을 때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벤처업계가 어렵고 거품이 있다는데 지금 나가서 되겠냐는 우려였다. 지금 와서 보니까 잘한 것 같다. 곧바로 CJ가 투자 제안을 해왔고 2000년부터 VC, 한국식 표현으론 심사역으로 정식 입문했다. 지난 20년간 벤처업계와 벤처캐피털 업계가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이 성숙하고 세련됐다. 지난해 말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단일 펀드로는 최대인 3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정도로 업계가 커졌다. 2012년 창업한 케이큐브벤처스도 5년 만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76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조합을 결성하며 총 운용자산 2046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의 빠른 성장 뒤에는 민간의 지속적인 투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꾸준히 벤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멈추지 않은 것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본다. 창업자 개인의 면면도 대단히 발전했다. 최근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창업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창업자들도 훌륭한 인재들이 늘어났다.”

 -우리보다 더 발달된 해외 시장에 비해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한계도 많을 것 같은데

 “회수 환경이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투자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회수시장은 방법이나 규모 면에서 선택지가 좁았다. 벤처캐피털로서 회수 방법은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지분 매각 등 세 가지가 있다. 세 가지 중 최근 들어 구주 펀드(세컨더리펀드)가 많이 늘었다. 세컨더리 펀드는 과거에 비해 3년 이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면서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해서 IPO 전까지 키워낸 조합들이 보유한 주식을 산다. 그런데 내가 주문하고 싶은 건 IPO 전보다 앞 단계, 즉 중간 단계에 있는 세컨더리 펀드가 지금보다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M&A에 대해서는 전통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왜 M&A 안 하냐고 다그치는데 그들의 의사결정 구조 특성을 보면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그들 눈에는 여전히 어리고, 갖춰지지 않았고, 정리도 덜 된 스타트업들을 사는 것은 위험 요소가 있다. 하지만 이제 스타트업계에서도 각 분야별로 규모, 성장성, 시장지배력 면에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이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이들의 M&A 시도도 과거보다는 자연스러워지고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 유니콘 기업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게 될까

 “스타트업계에서 유니콘 기업은 올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유니콘 기업이 된다는 것은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이 된다는 건데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재무적으로 그만큼의 돈을 버는 회사를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에서의 리더십까지 고려한 의미일 수도 있다. 후자의 의미에서 보면 올해도 많이 나올 것 같다. 블루홀을 비롯해 직방,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1세대 스타트업, 게다가 최근 1호 테슬라 요건 상장기업인 카페24도 개인적으로 기대감이 높다. 카페24 상장은 벤처 스타트업계서나 VC업계로서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래에셋이 주관사로 가는데 시가총액이 5000억 원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쇼핑몰 업계의 시장지배력을 볼 때 잠재력이 크다.”

 -지난해 투자를 정리하고, 2018년 벤처생태계 트렌드와 투자계획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케이큐브는 초기 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투자해왔고 업종별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좀 더 강조됐다. 인공지능 자체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혼합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빅데이터를 생산해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의 서비스 기업에 투자해왔다. 글로벌로 보면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도 전년에 비해 늘었다. 주로 한인들이 한국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을 갖고 해외에서 창업했을 때 투자한 경우가 많다. 올해는 당연히 우리가 잘하고 있는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더 나아가 후행 투자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 빅위너(유니콘)가 된다 안 된다를 떠나서 지속적인 성장폭이 큰 기업들에는 시의적절한 투자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선별적 후속 투자를 넓혀 나가겠다. 업종별로 보면 인공지능, 블록체인이 여전히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 투자 영역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투자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투자는 결혼과 같다. 새로운 기업과 인연을 맺는 것이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보는 건 팀과 사람이다. 결국 ‘인재’에 대한 투자, ‘팀’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연간 2조 원 규모로 1000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약 10배인 연간 1만 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대해 8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창업 의지나 분위기가 이대로 이어지고 업계도 더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글/전효점 기자 gradually@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벤처투자란 좋은 인재를 찾아 그들이 탄 로켓에 연료를 주입해주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부조종사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벤처투자란 좋은 인재를 찾아 그들이 탄 로켓에 연료를 주입해주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부조종사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벤처투자란 좋은 인재를 찾아 그들이 탄 로켓에 연료를 주입해주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부조종사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벤처투자란 좋은 인재를 찾아 그들이 탄 로켓에 연료를 주입해주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부조종사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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