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車 시대’ 준비하는 정유업계…主수익원 급감 위기감에 ‘新소재·석화’ 새 먹거리 총력전

입력 2018-01-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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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기車 판매 2025년 960만 대 급성장세 전망…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등 업계 사업 다각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저변을 확대하는 가운데 정유사들이 운송 수단의 동력 변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당장 친환경차가 전부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정유사들이 주요 수익원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생사 기로에 선 정유사들은 직접 친환경차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화학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친환경차의 습격을 막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22일 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국가의 정책 지원과 함께 기술이 진보하고 기업들이 투자가 확대되면서 친환경차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00만 대를 상회하며 2016년에 기록한 77만 대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에는 총 960만 대로 늘어나고 신차 수요의 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에 자동차 산업의 정책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은 2025년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600만 대로 잡으며 신차 수요의 20%를 대체할 예정이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원은 “202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보조금 지원이 없어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내연기관 차량과 유사해지면 전기차 비중은 더욱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의 동력원인 석유를 공급하는 정유사들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자동차와 운송부문이 2014년 기준 전체 석유 사용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차가 대세로 등장하면 수요 급감이라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극단적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전기차가 앞으로 10년 안에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면, 유럽 휘발유 수요의 약 4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의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과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며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통해 2020년에는 배터리 생산량을 10GWh로 확대하고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축인 배터리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성능 개선, 원가 경쟁력 향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배터리시장을 선점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비(非)정유 사업의 확대를 위해 바이오케미칼, 소재사업 분야의 신사업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나프타 분해설비(NCC)와 폴리에틸렌(PE) 설비 투자를 두고 장고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5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울산에 4조8000억 원을 투입해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하류시설(ODC)을 건설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을 증대시켜 포트폴리오 중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13%까지 올릴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화학·윤활유 등 비(非)정유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며 정유사업 집중도를 낮추고 있다. 나프타 분해설비(NCC) 합작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코스모오일, 쉘, 롯데케미칼, OCI 등 국내외 화학업체 등과 합작사업을 하며 화학사로 변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가 자동차 시장을 급격하게 장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위주로 간다는 방향성은 확실하기 때문에 정유사들 역시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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