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마무리됐다. 이번 금통위는 금리결정보다 수정경제전망과 이에 따른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관심이 쏠렸다.
한은 금통위는 6년5개월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성장률보단 물가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이같은 분위기는 1월 금통위에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은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물가가 한은 전망경로를 밟아간다고 해도 올 하반기, 좀 더 구체적으로는 7월에나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주열 총재와 함준호 금통위원 교체,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이어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준(Fed) 등 주요국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올 7월 금리인상 이후 10~11월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이달 금리동결 이유도 성장과 물가였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국내경제는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서 향후 그 추이와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 그리고 당분간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얼핏 보면 성장과 물가를 균등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은이 내놓은 수정경제전망과 그간 금통위원들의 입장을 보면 역시 무게중심은 물가임을 짐작케 한다.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의 경우 내리 네 번을, 올해의 경우 처음 상향조정했다. 각각 3.1%와 3.0%로 예상한 것. 이같은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3%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새롭게 전망치를 발표한 내년 성장률은 2.9%였다. 2%대 후반으로 전망되는 잠재성장률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본 셈이다.
반면, 2년 연속 3%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금통위에서 매파(긴축)적 색채를 찾을 수 없었던 이유는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내리 두 번이나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물가 전망치는 1.7%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도 1.8%로 0.1%포인트 낮췄다.
특히 올 상반기 물가의 하향조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소비자물가는 기존 1.7%에서 1.5%로, 근원인플레는 기존 1.8%에서 1.6%로 각각 0.2%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하반기 물가의 경우 소비자물가는 1.9%에서 1.8%로 낮췄지만 근원인플레는 기존과 같은 1.9%를 유지했다는 점과 대비된다.
금통위원들은 이미 낮은 물가수준을 우려하고 나선 바 있다. 작년 11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에 명시적으로 반대했던 조동철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것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파적 위원으로 분류되는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조차 “추가 인상의 시점 선택에 있어서는 실물경제의 흐름보다는 물가경로에 보다 주안이 두어져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통방 종합판단 15개월만에 동일 의미는 = 이번 금통위에서 또 하나 주목해 볼 점은 통화정책방향 문구 중 종합판단 부분이다.
관련 부문을 적시하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다.
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직전 금통위였던 지난해 11월과 자구 하나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관련 문구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부문은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언급에서 ‘신중히’였다.
당시 이 총재는 관련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야말로 액면 그대로 신중히 하겠다는 것”이라며 “방향 자체는 완화의 정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잡았지만 고려할 요인이 아주 많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경기, 물가를 가장 중시해서 보지만 국제 경제 여건의 변화도 봐야 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보고 그런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신중히 갈 수밖에 없는 그런 금통위의 의견을 의결문에 그대로 받아서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원 대다수 멤버가 현재의 구성원으로 교체됐던 2016년 5월 금통위부터 통방 종합판단이 전월과 똑같았던 때는 2016년 9월부터 10월이 있다. 당시는 1.25%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6월 직후로 이달과 같은 만장일치 동결이었다.
당시 채권시장 등 주변에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치던 때였다. 결국 금통위가 통방문구 변화 없는 만장일치 동결을 이어갔고 이후 기조변화가 이뤄지면서 인상 소수의견이 있었던 지난해 10월 이전까지 만장일치 동결을 지속했다.
결국 통방 종합판단에 문구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추가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정책이 금리결정으로 변경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새로운 금통위원이 취임한 달 금리가 변경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각각 지방선거와 박승 총재 퇴임 직전달이었던 2002년 5월과 2006년 2월 금리인상이 단행된게 전부다. 각각 물가 상승압력이 점차 증대되거나 잠재해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었다.
금통위 멤버 교체는 통화정책에 대한 적응시간을 갖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화정책 전문가였던 고 김대식 전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전문가인 나도 금통위원으로서 적응하는데 1년은 걸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표와 직결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변경하기도 부담스럽다. 정부 여당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시 표를 의식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반면, 금리 인상시 표가 떨어질 것이라는 부담감이 작용하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김무성 원내대표는 선거유세로 ‘금리인하’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해 도마 위에 올랐었다. 결국 그해 8월과 10월 금리 인하가 단행됐고 현재까지도 한은 독립성을 헤쳤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세는 크게 우려할 점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상은 한은의 기준금리 하한을 높일 변수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물가상승률은 경기확장세가 지속되고 소위 자연실업률 수준의 고용 여건이 개선되고 가계소득도 증가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승추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1%대 후반, 2% 내외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갖고 위험한 인플레이션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Fed라든가 주요 선진국의 금리정책 결정사항을 크게 고려하고 있다. 중요 고려요인의 하나”라면서 “1대 1로 곧바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미국 금리인상은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 금리상승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그것이 통화완화정도의 변화를 나타내게 될 것”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우리 실물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때그때 적절히 평가해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1.50%(미국 금리 상단 기준)로 같다. 3월 연준의 금리인상이 유력해 보인다는 점에서 한미간 금리역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연준이 3월에 이어 또 다시 추가 인상을 단행한다면 한은으로서는 금리역전을 지켜보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