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젠트리피케이션 협공에 문닫는 맨해튼 극장들

입력 2018-01-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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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시네마·링컨 플라자 시네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극장이 사라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내몰림)과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번성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맨해튼 남동쪽 로어 이스트 사이드 지역 휴스턴 스트리트에 있는 ‘선샤인 시네마’ 극장이 이날 마지막 상영을 했다. 미국 유명 독립영화 유통ㆍ극장 사업자인 랜드마크시어터스가 운영했던 이 극장에서는 극장명과 정반대인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가 마지막으로 상영됐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재키 클로건은 “‘다키스트 아워’를 관람하러 왔다”며 “이 극장의 건축과 내부 모습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여기서는 매우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며 선샤인 시네마가 문을 닫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주디스 티센 영화 역사학 교수에 따르면 선샤인 시네마 건물은 원래 1844년 독일 복음주의 교회 건물이었다. 1990년 초반 ‘휴스턴 체육 클럽’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이후 1909년 찰스 스테이너와 아브라함 민스키가 9만6000달러(약 1억 원)에, 현재 돈으로 치면 약 2000만 달러(약 214억 원)가량에 건물을 사들이며 극장으로 개축했다. ‘휴스턴 히포드롬’이란 이름을 내건 극장은 관객들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티센 교수는 “오픈 당시 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을 상영하는 데 한 편당 5~10센트가량으로 매우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보드빌더쇼 같은 행사도 열어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극장의 최대 수용 인원은 약 450명가량이었다. 극장은 1917년 지금의 선샤인 씨네마로 개조 됐다. 뉴욕시에는 1920년대만 해도 1000개 이상의 극장이 있었으나 이후 대공황으로 극장 건설 붐은 정체기를 맞았고, 대공황과 함께 문을 닫은 선샤인 시네마는 50년 넘게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창고로 이용됐다.

선샤인 시네마는 2001년 12월 21일 다시 문을 열었다. 3년간 1200만 달러를 들여 개보수한 극장은 980석, 5개의 스크린, 2개의 일본식 정원을 자랑하는 시민들의 쉼터로 거듭났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 지역의 토박이인 브렛 리트너 지방공동체이사회의 전 직원은 “이 영화관이 수십 년 만에 새로 문을 열었을 때 그 자체가 승리의 이야기였다”고 회상했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지역에 있는 또 다른 랜드마크 극장인 ‘링컨 플라자 시네마’도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1981년 개관한 이 극장은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오랜 시간 영화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유명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이 극장의 주인인 댄 탈봇과 토비 탈봇을 향해 “미국에 살면서 영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 두 사람에게 빚을 졌을 것”이라고 말하며 애정을 표할 정도였다. 지난달 탈봇 부부는 링컨 플라자 시네마의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진 뒤 91세의 탈봇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맨해튼의 랜드마크 극장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넷플릭스의 영향으로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든 결과다. 전국극장주인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박스오피스 티켓 매출은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2016년 대비 6% 감소했다.

고도의 젠트리피케이션도 극장들의 폐업에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리트너는 “2016년 선샤인 시네마에 랜드마크 지위를 부여해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가 사들이는 것을 막고자 했으나 청원은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선샤인 시네마 건물은 이스트앤드캐피탈과 K자산그룹에 3150만 달러로 팔렸고, 오는 3월까지 철거될 예정이다.

이스트앤드캐피탈의 조나톤 요르락 회장은 “선샤인 시네마 건물은 9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 지역의 팬이다”라며 “이 지역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업무를 보고자 하는 수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또 “오는 3월까지 철거가 완료되면 내년 말까지 새 건물로 리모델링이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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